2월이다. 학교에서는 사회 달력으로 치면 12월에 해당하는 달이다. 학교 송구영신(送舊迎新)의 달 2월. 지금은 아니지만, 2월의 가장 대표 행사는 졸업이었다. 코로나 19 전에도 1월에 학년을 마치면서 졸업식도 같이하는 학교가 많았다. 그래도 그때는 졸업생과 재학생이 한자리에 모여서 석별의 정을 노래했다. 아쉬움 가득한 눈물은 새 출발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졸업식을 상상하는 것조차 죄가 되어버렸다. 안타까운 것은 그런 상상을 하는 학생은 물론 교사도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는 방역을 핑계로 졸업식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그저 귀찮은 졸업식 어떻게든 빨리 끝내버리고 2월 휴가를 즐길 생각뿐이다.
“철든 학생과 철없는 학교(교사)!”
이 말은 2020년을 보내면서 필자의 마음 깊이 새겨진 말이다. 스승이 사라진 학교에는 월급쟁이 직장인만 남았다. 그들에게 있어 학교는, 수업은, 학생은 자신들의 생계유지 수단에 불과하다. 그런 교사에게 사랑, 희생, 배려 등이 있을 리 만무하며, 그런 학교에 희망은 사치다.
희망이 부재한 학교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말도 안 되는 온라인 수업이다. 학생이 스스로 동영상을 보고 과제를 하는 것을 어떻게 수업이라고 할 수 있는가! 교사들도 그것이 수업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교사들은 입을 닫았다. 만약 전 국민 고통 분담 차원에서 단방향 온라인 수업 시간에 코로나19 극복 봉사활동을 하자고 하면, 교사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뭐라고 할 것이다. 필자부터 입 닫은 교사로서의 철없음에 용서를 빈다.
2020년부터 학교는 온라인에 중독되었다. 독불장군으로 돌변한 정부와 교육부의 밀어붙이기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중독이 너무 심하다. 이제 학교에서 온라인을 빼면 아무것도 없다. 온라인 졸업식이 대표적인 예이다. 졸업식마저 형식뿐인 온라인에 갇혀 버렸다.
그래도 부디 부탁한다, 온라인 졸업식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으로 걱정 가득한 학생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졸업식이 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최선을 다해 주기를! 그리고 기원한다, 최선을 다하는 마무리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행복한 출발점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느끼는 졸업식이 되기를! 하지만 안다, 바람은 바람뿐이라는 것을!
졸업식을 맞이하는 자세를 보면 학생들은 스스로 철이 들었음을 알 수 있다. 온라인에 철을 잃은 학교(교사)와는 달리 학생들은 2월의 의미를 되새기며 아직도 눈물로 졸업을 말한다.
“ (….) 최선을 다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죄송하기만 한데, 너무나 많은 사랑과 믿음을 주셨기에 제가 남들 앞에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항상 저를 응원한 가족들과 도움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산자연중학교 3학년 졸업생, 「감사장」)
학생의 눈물에 답한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이 진정한 이 나라의 정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