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한 봉
더러는 마음만 분주하여 스쳐 지나온 길이
그리울 때가 있다, 힘겹게 넘어선 고개를 되돌아가
땀 젖은 몸 세워놓고 바라보면
금세 초록물 드는 생각이 앞서 걷고 있다
그러나 무엇인가, 돌무덤을 지나 산등성이 꺾어 돌면
세간의 무쇠 같은 고난이 이곳까지 따라온 것일까
하지만, 나무들은 미풍에도 숨이 찬 듯
산골짝마다 제 푸르름을 끌고 가 풀어놓는다
지나온 길은 늘 희미한 잔광으로 남고
한없는 서성거림으로 일렁대는 추억의 바람무늬
그 그리움 끝에 텅 비워진
산과 나 사이의 경계는 풍화되는 돌 틈에 있다
이렇게 먼 손짓으로나 흔들어 깨우면서
혼곤하여 앙상한 마음의 풍경화
녹림(綠林) 짙어 가는 세월 속 푸른 가지를 들어
숨겨진 길 하나 들춰내는 것인가
무쇠 같은 고난의 세상살이, 절벽처럼 일어서는 절망의 시간 속을 걷더라도 인간은 가슴 속에 푸르른 숲을 보듬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서 푸른 희망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