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포항 어느 고등학교 앞에는 마치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을 연상케 하는 장관이 펼쳐졌다. 16시 전부터 마스크를 한 사람들로 가득 찼다. 말 그대로 인파(人波)였다. 사람들은 수능 한파를 이기고 교문을 지켰다.
16시 30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교문을 중심으로 양옆 인도에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교문 앞은 경건한 성지가 되었다. 17시가 가까워지자 사람들은 불가침의 공간으로 남겨둔 교문 앞으로 모였다.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나왔다. 아이가 들어간 시간이 생각났다. 아이는 7시에 “갔다 올게!”라는 짧은 인사를 남기고 교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10시간이 지났다.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교정 안을 보는데 갑자기 눈이 뜨거웠다. 눈에 힘을 줄수록 벅찬 감정은 더 커졌다.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려고 교문에서 잠시 눈을 거두다가 필자는 보고야 말았다. 많은 사람이 소리 없이 울고 있는 모습을! 사람들은 눈물로 서로를 응원하고 있었다.
“어휴, 대학이 뭐라고, 또 시험이 뭐라고 저것들을 저렇게 고생시키나. 이 죄를 어이 할꼬.”
연세 지긋하신 할머니께서 혼잣말처럼 하신 말씀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들렸다. 교문 앞은 순식간에 숙연해졌다. 모든 사람이 필자를 보는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누군가가 필자에게 정말 누구를 위한 시험인지, 또 무엇을 위한 시험인지를 따져 물을 것만 같았다.
“저기 나 온다.” 어느 아주머니의 외침에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교문 안으로 향했다. 한 학생이 종종걸음으로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은 막 떠오르기 시작한 해를 보는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그 학생을 필두로 학생들이 강물처럼 나왔다. 여기저기서 아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는 하나같이 물기가 가득했다. 선두에 나온 아이가 부모님 품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수고했다는 말에 아이는 한동안 울었다. 그리고 분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어! 1교시 시험 치는데 형광등이 깜빡거려서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어. 지금도 멀미가 나려고 해. 나 이제 어떻게 해!”
학생의 울부짖음에 사람들은 위로조차 잊었다. 학생을 꼭 안고 있는 학부모님의 몸이 심하게 떨렸다. 모두 그 말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었다.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들은 모두 같은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 학생들이었다.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시험 중간에 깜빡이기 시작한 형광등은 1교시가 끝나도록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최선을 다해 수능 시험장 준비를 했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아무리 돌발 상황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분명 주최 측의 잘못이다. 학생들은 당연히 피해자이다. 그냥 넘기기에는 학생들이 준비한 시간이 너무 아프다.
“수능 4교시 종료로 종 2분 일찍 울려, 단체 소송 고려 중”이라는 뉴스를 보았다. 필자의 마음이 복잡해졌다.
물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 수능 준비 매뉴얼에 이 내용도 포함돼야 한다. 그 전에 피해 학생들에게 책임성 있는 사과가 꼭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