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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또 같이

등록일 2020-12-08 20:08 게재일 2020-1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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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스산함이 더해가는 때, 코로나19의 재확산 일로로 어수선함마저 더해가는 연말이지만 한 줄기 차분한 위무 같은 이색적인 문화행사가 열렸다. 포항예총에서 주관한 ‘2020 포항예술인 한마당’ 송년 예술축제의 일환으로 기획 전시된 ‘화사(畵寫)한 문화(文話)’전이 그것이다. 이번 전시는 종전의 여타 전시회와는 다르게 예총 산하의 문인협회, 미술협회, 사진협회 작가들이 협업과 융합을 통해 독창적인 시서화(詩書畵) 작품을 한자리에 새롭게 선보였다는 것이 주목된다.

연초부터 휘몰아친 난마 같은 희대의 전염병에 시달려 가뜩이나 초조하고 침울해진 시민들의 가슴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진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활자로 구성된 시나 수필 등의 문학작품을 주로 책을 통해 접하던 것을 시인들의 육필원고와 화가, 서예가, 사진가들의 독특한 심미안으로 투영된 콜라보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으니 이채롭지 않으랴. 코로나로 인해 다소 낯설어진 일상에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창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익숙해진 것들과의 ‘낯설게 하기’라는 예술 본연의 신선한 자극과 지향이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시 속에 그림이 있고(詩中有畵) 그림 속에 시가 있다(畵中有詩)고 한다. 시와 그림의 유기적인 맥락과 상관성을 나타나는 말로 여겨진다. 한 점의 그림이 연상되는 시와 한 편의 시가 드러나는 그림은 시와 그림의 불가분의 관계를 나타내는 말이다. 시적인 정취를 나타내는 시정(詩情)과 그림 속에 나타난 뜻을 일컫는 화의(畵意)는 서로 통하기 때문에 두 정신은 일치한다고 본다. 시인은 시어(詩語)로 그림을 쓰고 화가는 시각언어인 그림으로 시를 그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양예술은 시서화가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시·서·화 등은 각각의 카테고리에서 충분한 예술성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상호 조화롭게 결합되어 예술의 통일체를 이룰 때 보다 풍부한 미학적 운치가 부여된다고 본다. 그것은 곧 다양한 예술장르가 각기 지닌 특색이 조화롭게 섞여서 또 다른 하나의 장르를 새로이 창출해내는 ‘따로 또 같이’의 예술정신과 진배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예술의 섬세하고 다채로운 표현양식으로 시의 향기를 귀로 들으면서 어루만진다든가 음악의 선율을 눈으로 보면서 맛을 느낀다든가 하는 식으로 수렴과 확장의 시너지효과를 얼마든지 극대화시킬 수가 있을 것이다.

어쩌면 예술은 따로 하면서도 같이 하고 같이 하면서도 또 따로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따로 하는 작품에서는 개성을 한껏 살릴 수 있고, 같이 하는 예술에서는 공명의 완성도가 한결 커질 수 있다. 따로따로 살아가지만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듯이, 너무나 당연시했던 일상들이 정말 그리운 현실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등한시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것들을 성찰하게 된다.

온 세계가 낯선 환경에 직면하여 저마다의 일상에서 코로나에 대처하고 극복하기 위해 변화하는 와중이지만, 비대면 사회문화 속에서 메말라가는 정서에 따로 또는 같이 느끼며 감성을 움직이고 위안을 받는 예술작품을 통해 믿음과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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