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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한 성(性), 입체적인 성(性)

등록일 2020-12-06 19:33 게재일 2020-12-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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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시인
김현욱시인

‘10대 성관계’ 관련 통계를 보면 조사에 참여한 10대 청소년 중 약 5퍼센트가 다양한 성적 경험을 했고, 또 그 5퍼센트의 청소년이 성적 경험을 시작한 평균 연령은 13.1세라는 결과가 나왔다.

어른들의 생각보다 우리 청소년들의 성적 경험은 빨라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에 비해 학교 성교육 시수와 내용은 개선되었지만, 청소년들에게 실제적인 성교육이 되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요즘의 성교육은 피임 강조 교육이 되었다며 비판적인 견해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피임을 제대로 하지 않아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겪는 여성도 많다고 한다. 임신을 계획한 게 아니라면 피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

심에스더, 최은경의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용감하게 성교육, 완벽하지 않아도 아는 것부터 솔직하게, 납작해진 성을 입체적으로, 어른도 아이도 함께 즐거운 Sex Education!’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이런 것도 모르고 여태 어떻게 살아왔나?’란 자괴감이 들었다. ‘배란’부터가 그렇다. 대부분의 여성은 몸속에 덜 자란 난자 약 30만 개에서 100만 개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 덜 자란 난자들은 2차 성징이 일어나는 사춘기 이전까지 얇은 주머니 안에 보관되었다가 사춘기가 되면 하나씩 차례대로 성숙해진다. 성숙한 난자가 때가 되면 난소의 벽을 뚫고 나오는 게 바로 배란이라고 한다. 배란은 양쪽 난소에서 번갈아 가며 이뤄진다. 배란 시기는 평균 28일이지만, 여성마다 다르다. 매달 하지 않을 수도 있고, 한 번에 난자 2개를 배란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난자가 난소 옆 나팔관으로 ‘산책’을 하다가 정자를 만나 수정이 되면 ‘임신’, 포궁벽이 허물어질 때 질을 통해 몸 밖으로 나오면 ‘생리’라고 한다.

저자는 배빗 콜의 그림책 ‘엄마가 알을 낳았대’라는 그림책을 통해 “엄마 배에 들어간 씨앗들은 달리기 시합을 해요. 일등 한 씨앗이 알을 차지해요. 그러고 나서 아주 조그만 아기가 되는 거예요.”와 같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성교육을 권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저자가 10대 청소년과 “섹스(성행위, 성관계)는 뭘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섹스일까?”라는 대화를 나눈 경험이다. 청소년들은 성기 결합 중심, 남성 중심의 대답이 많았다. 그러면서 저자는, “아이들과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때 ‘성기 결합’뿐만 아니라 사람에 따라 섹스를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점을 꼭 알려주세요. 육체적인 행위뿐 아니라 섹스를 대하는 우리의 생각과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고학년 담임을 주로 맡다 보니 여학생들의 생리, 생리통과 관련된 경험이 많다. 예전에는 여학생들이 생리대를 가방 깊숙이 숨겨 다녔지만, 요즘은 예쁜 꽃무늬 손가방에 넣어 다니며 남의 시선에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본다. 심에스더, 최은경의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납작하게 눌린 ‘성’을, 입체적인 ‘성’으로 일으켜 세워 다각적으로 바라볼 것을 권한다. 너무 솔직하고 용감해서 어떤 부분에서는 얼굴이 확 달아오르기도 한다. 그만큼 내 성의식도 납작하다는 반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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