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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과 강아지풀

등록일 2020-11-15 20:08 게재일 2020-11-1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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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인<br>포항 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문가인참마음심리상담센터 원장

우리는 학교 교육을 통해서 최면을 경험하거나 배워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최면과 최면치료만큼 항간의 오해를 받는 심리치료기법도 드물 것이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성장한 사람은 강아지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개를 부르듯이 불러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강아지풀은 열매의 표면에 작은 털이 많은 식물로 미세한 움직임에도 흔들리게 되어있다. 그 강아지풀을 쳐다보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라고 말했을 때 실제로 그 강아지풀은 움직인다. 내가 마음속으로 집중하고 움직이라는 언어적 암시를 했으므로 움직이게 되어있는 것이다. 그것이 최면에서 중요시하는 관념운동 반응(ideomotor response)으로 마음의 존재를 알려주는 반응이다.

이 강아지풀 놀이와 유사한 것으로 펜듈럼 기법이란 최면기법이 있다. 이것은 종이 위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실 끝에 추를 달아놓고 집중하면서 “오른쪽으로 움직여”, “왼쪽으로 움직여”, “돌아라” 하면 의식적으로 손을 움직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음 중에서도 잠재의식이며, 이 잠재의식의 힘을 활용한 것이 최면이다.

천재적인 최면가인 밀턴 에릭슨은 “환자는 자신의 잠재의식과 라포가 단절된 사람이다”라고 말했다. 최면, 즉 깊은 이완 상태에서 잠재의식의 메시지를 듣는 것이 최면치료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러한 잠재의식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더 들어보도록 하겠다. 우리가 어린 시절 배가 아팠을 때 어머니가 “엄마 손은 약손이야. 엄마 손은 약손이야” 하면서 배를 문질렀을 때 실제로 배가 덜 아팠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은 최면의 아버지인 안톤 메즈머가 환자들을 최면 치료할 때 쓰던 방법과 유사한 최면기법이다. 실제로 프랑스 등에서는 현재에도 메즈머의 최면전통을 이어받아서 메즈머리즘이란 기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워크숍이 존재하고 있다.

합리적 정서치료(REBT)의 창시자인 앨버트 엘리스와 정신분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도 최면가였다. 그런데도 심리학과 의학은 옳고 최면은 사이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아주 어리석은 사람이다. 해의 혜택을 누리면서 해를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매일 우리는 자신과 타인에게 말로써 긍정적인 최면이나 부정적인 최면을 유도하고 있다. 이왕이면 자신과 타인에게 긍정적인 최면을 하는 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또 하나의 지혜로운 방법이다. 즉, 최면은 신비스럽거나 무서운 것이 아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나누는 대화, 그것이 일종의 최면이다. 즉, 당신의 말은 자신의 몸과 마음에 영향을 미치고, 타인의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며 건강하게도 혹은 병들게도 한다는 것이다.

강아지풀을 가지고 놀았던 그대, 어머니의 약손을 기억하는 그대, 그대는 이미 최면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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