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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교사는 제발!

등록일 2020-11-11 18:48 게재일 2020-11-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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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다른 학생에게 방해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잠이나 자!”

어느 중학교 수업 시간에 교사가 학생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이 나오게 된 교실 상황이 어떨지는 어느 정도 그려진다. 그리고 오죽했으면 교사가 저런 말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면서 동시에 ‘무너진 교권 속 교사 명퇴자 증가’라는 기사가 오버랩되어 지나간다.

최근 교육계 관련 뉴스 중 많이 나오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교권(敎權) 이야기이다. 공통점은 교권 실추(붕괴, 추락)다. 안타깝게도 그 유형도 모욕, 명예훼손, 교육활동 부당 간섭, 상해, 폭행, 성추행, 성희롱 등 매우 다양하다. 우리 사회에도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불변의 진리처럼 통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는 그래도 살맛 나는 세상이었다.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고 배려하는 모습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이상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작은 일에도 서로가 감사했으며, 그 감사함은 서로의 가슴에 더 큰 희망으로 자리했다. 희망은 불가능조차 가능으로 바꿔 놓았다. 신명 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금 자리에는 권력형 대통령이, 스승 자리에는 생계형 교사가 자리했다. 그 결과 교육은 정치의 시녀가 되었으며, 우리 사회에는 희망이 사라졌다. 절망만 남은 교육은 출산 거부 운동을 불러일으켰다. 희망이 꺼지는 것에 비례하여 폐교 수도 늘고 있다.

나라가 사라질 판인데도 정치인들은 상대 탓만 하고 있다. 낙하산 정치 교육 수장들은 교육을 더욱 정치에 굴복시키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 있는 그 누구도 교육 독립성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다. 대신 성과금과 교육 유공자 표창 이야기에 열을 올리기 바쁘다.

지금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분명 그들의 가슴에도 교사라는 사명감이 불타올랐던 적이 있었을 것이다. 교사(敎師)! 비록 기간제 교사였지만, 필자는 필자의 이름에 처음으로 교사라는 호칭이 붙을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때의 기분은 법명이나 세례명을 받는 것보다 필자에겐 더 성스러웠다. 종교에서 새로운 이름을 받는 것은 지금까지의 잘못된 삶을 버리고 주어진 새 이름대로 새로운 삶을 살라는 뜻이다. 아직 턱없이 부족하지만, 필자도 필자의 스승께서 보여주시고 열어주신 교사다운 교사의 삶을 살기 위해 끝없이 노력 중이다. 한 나라의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교육이다. 그 교육을 책임질 사람은 바로 교사다. 교사가 바로 서야 교육도 바로 선다. 비록 암기 위주의 시험이지만, 교사라는 이름을 받을 사람을 뽑는 시험일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시험부터라도 제발 교권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을 뽑기를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잠시 교권에 대한 의미를 인용한다.

“넓은 의미의 교권은 (….) 교육권으로서의 교권에는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교육권, 교사의 교육권, 학교 설립자의 교육 관리권, 그리고 국가의 교육 감독권이 모두 포함된다.”

그리고 “잠이나 자!”라고 말하는 이런 교사는 제발 뽑히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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