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융의 심리학에 따르면, 무의식의 세계는 집단무의식, 즉 여러 원형(Archetype)들로 구성되어 있다. 원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동 유형이며, 신화와 종교의 원천이기도 하다. 여러 원형들 중에는 아니마(Anima)와 아니무스(Animus)가 있다. 아니마는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이고, 아니무스는 여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남성적 요소이다.
예를 들면, 남성의 마음에 ‘아니마’의 원형이 작용하는 경우, 그 남성은 꿈에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보거나 매혹되거나 한다. 혹은 여성의 사진이나 회화 또는 실재의 여성에게 갑자기 끌리는 마음이 일어난다. 이와 같이 ‘아니마’의 원형이 작용하면 여성의 상·이미지가 남성의 마음속에서 큰 의미를 가져 온다. 이러한 여성의 ‘이미지·상’을 ‘아니마의 상’이라고 부르며, 이러한 상·이미지를 ‘원형의 상’으로서 나타내 보인다. 물론 ‘원형의 상’은 인물의 상에 한정되지 않으며, 모든 사물에도 나타난다.
이와 같이 원형이 마음에 작용하면 자주 패턴화 된 ‘이미지’ 또는 ‘상’이 인식되고, 마치 황홀경에 빠진 것처럼, 또한 어떤 거대한 힘에 의해 사로잡혀 버린 것처럼 갑자기 특이한 해방감을 경험한다. 이런 순간, 개인이 아니라 대상에 종속이 되어 빠져들며, 모든 인간의 소리가 내면에서 울려퍼지는 것이다.(‘The Collected Works of C. G. Jung’ 부분인용) /강순원(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