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스 루케이도의 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고슴도치, 2002)를 딸에게 읽어주면서 신영복 선생의 ‘독버섯 이야기’가 떠올랐다.
등산을 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다. 산길을 오르던 아버지는 버섯을 발견하고는 아들에게 말했다. “잘 봐. 이게 독버섯이야. 먹으면 큰 일 난다.” 아들이 그 얘기를 듣고, “아, 이게 독버섯이구나!”하고 지나갔다. 그 말을 듣고 버섯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독버섯이구나. 누군가를 해치는 존재였구나!’ 버섯이 슬퍼할 때 옆에 있던 버섯이 친구를 다독이며 말했다. “아니야. 저건 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런 거야. 넌 내게 좋은 친구야. 너는 사람들이 먹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나와 친구가 되려고 태어난 거야.” 슬퍼하던 버섯은 기운을 차렸다. ‘그래, 나는 독버섯이 아니야. 그냥 있는 그대로 나일뿐이야.’
그림책 ‘너는 특별하단다’에는 엘리 아저씨(목수)가 만든 웸믹이라는 나무 인형들이 나온다. 웸믹들은 언제부턴가 황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를 들고 다니며 만나는 웸믹들에게 별표나 점표를 붙이기 시작한다. 별표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웸믹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점표를 받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주인공 펀치넬로는 잿빛 점표 투성이다. 점표는 점표를 부르고 별표는 별표를 부른다. 그런데, 루시는 별표에도 점표에도 관심이 없다. 누가 딱지를 붙여도 루시의 몸에서는 금방 떨어진다. 루시가 그것에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용기는 어디서 얻었을까? 루시는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를 찾아가보라고 한다. 펀치넬로는 용기를 내어 엘리 아저씨를 만나고 별표와 점표의 비밀을 듣게 된다.
동화 ‘못난이 옹기’에 나오는 꽃무늬 옹기는 통가마에서 불을 기다리며 특별한 옹기를 꿈꾼다. 하지만 꽃무늬 옹기는 그만 그릇벽이 무너지고 만다. 옹기장 할아버지의 입장에서 꽃무늬 옹기는 쓸모 없는 못난이 옹기가 된 것이다. 못 쓰게 된 옹기는 가마터 뒤편 대숲에 버려진다. 사람의 입장에서 못 쓰게 된 옹기지만 수많은 작은 생명이 어울려 사는 대숲에서는 결코 그렇지 않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못난이 옹기가 아니라 꼭 필요한 옹기가 될 수도 있다.
주둥이가 떨어져버린 약탕관은 작은 제비꽃을 기르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행복은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다. 남들이 붙이는 딱지를 붙어 있게 하는 건 사실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면 마음에 남아 있게 된다. 주류에 속하고 싶어 나 자신의 정체성을 바꾸고 싶은 충동을 ‘커버링’이라고 한다. 주류에 편입되기 위한 ‘커버링’은 진정한 나 자신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림책의 서문에 ‘너는 단지 너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단다’라는 글이 있다. 너는 너인 채로, 나는 나인 채로, 우리 모두는, 있는 그대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꾸미거나 바꾸거나 덧칠할 필요 없이, 본래, 우리는 충만하고 온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