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토불이(身土不二)가 마치 한의학 문헌에 나오는 내용인양 알려졌으나 그 근원이 한의에 근거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외국산 농산물의 범람에 대응하는 국산 농산물을 보호하기 위해 내건 슬로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제 땅에서 산출된 것이 제 체질에 맞다”는 신토불이는 과학적 근거를 떠나 국산품을 애용하자는 근본 취지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도 소비자에게 잘 통하는 슬로건이다. 신토불이라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1970년대 농가소득 사업으로 일본 등지에서 수입한 황소개구리가 농가 소득은 커녕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종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는 일이 벌어졌다. 개구리 등이 멸종할 거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당국이 황소개구리를 포획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기도 했다.
늪너구리로 불리는 뉴트리아는 우리나라가 지정한 1종 생태계 교란종이다. 칠레 등 주로 남미에 서식하는 포유류인 뉴트리아는 잠시만 관리를 소홀하면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1년에 최대 200마리까지 새끼를 번식할 수 있다. 뉴트리아 1마리가 하루 동안 먹는 양이 자신의 체중 4분1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뉴트리아가 돌아다닌 곳은 금방 쑥대밭이 된다. 우리나라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뉴트리아, 황소개구리, 큰입배스 등 20여종을 생태 교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미국 남동부지역에 자생하는 ‘핑크뮬리’가 국립환경원에 의해 생태계 위해성 식물로 지정됐다. 토종식물의 성장을 방해하고 우점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다. 2013년 한국에 첫 선보인 핑크뮬리는 특이한 색깔과 모양으로 한국인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경북도는 식재 자제를 권고하고 제주도는 이미 식재된 핑크뮬리를 갈아엎는다고 한다. 신토불이가 영 헛말은 아닌 모양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