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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취업 시험과 어느 교사의 기도

등록일 2020-11-04 18:54 게재일 2020-11-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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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산자연중학교 교감

교사 임용 시즌이다. 이미 공사립 학교 교사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접수가 마감됐다. 과목별 편차가 있지만, 경북 공립의 경우 역사 과목이 16.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걸 보면 교사를 하고 싶은 사람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는 여기서 사람들은 왜 교사를 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정말 왜 교사를 하고 싶은 것일까?

필자도 교원임용시험을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 외운 내용 중에 지금도 기억하는 것은 ‘성직, 전문직, 노동직’이라는 교직관이다. 특히 ‘성직관’을 공부하면서 가슴에 피가 끓던 때가 기억난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교직관이 있기나 할까?

시대가 변했으니 교직관도 변했지만, 필자가 보기에 지금은 교직관 같은 것은 없어 보인다. 대신 오로지 직업관만 있을 뿐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교사도 이젠 생계형 근로자다. 교사 임용 시험도 여타 취업 시험과 다르지 않다. 앞으로는 시험 명칭도 “교사 취업 시험”이라고 바꾸어야 할 것이다. 취업자의 첫 번째 목적은 임금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노동을 했으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다. 그 대가가 때론 사람을 춤추게 하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한때 교사에게는 임금보다 더 큰 가치가 있었다.

‘교육백년대계(敎育百年大計)’는 그 가치를 입증하는 절대 논거였다. 교육은 곧 그 나라의 미래였다. 그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교육이었고, 교사는 교육의 중심에 있었다. 필자의 은사님이 그러했듯이 그때 교사에게는 사명감이 있었다. 그 사명감 안에는 제자를 위한 무한 사랑과 희생, 그리고 헌신이 있었다. 그 헌신에 사회는 존경으로 답하였다.

교사의 헌신은 교육 기적을 낳았다. 그 기적으로 지금 우리가 이만큼이라도 산다. 하지만 지금은? 다음은 어느 젊은 교사와의 대화에서 나온 말이다. “요즘 교사들에게 희생과 헌신을 요구했다가는 아마 신고당할 겁니다.” 교육 현장에서 사명감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라는 말을 잘 알 것이다. 여기서 교사의 수준이란 교사 중심 주입식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의 인성을 포함 교사의 자질 등을 말한다. 교사에 맞는 자질이 결코 따라 있을 수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 성장기에 있는 학생들 앞에 서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을까!

필자는 언행불일치의 파렴치범이 되지 않기 위해 다음과 같이 필자에게 약속하였다.

“저의 얇은 과거 안에/학생들의 원대한 미래를/가두지 않게 하소서….

(중략) 제가 하는 말이/절대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에/사로잡히지 않게 하소서…. 제가 앞장서서 할 수 없는 일을/학생들에게 강요하는/뻔뻔함의 죄를 짓지 않게 하소서(….)” (졸시 ‘교사의 기도 1’)

교사 취업 시험 응시생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그리고 어떤 교사가 되고자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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