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인생의 깨달음을…’<br/>임정묵 지음·좋은날들 펴냄<br/>인문·1만4천원
요즘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다. 완연한 가을이라 야외활동을 즐기면 좋겠지만, 집에 머물러야 되는 상황이 답답할 수 있을터. 당장 밖으로 나가서 오감으로 가을을 느끼고 싶지만 외출은 잠시 미루고 위안이 되는 책으로 마음에 여유를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집에서 자신의 내면과 외면을 가꿔 일상의 행복을 업그레이드하는 힐링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 ‘오늘도 인생의 깨달음을 만났습니다’
저절로 좋아지는 삶은 없다. 원하는 바를 얻으려면 살아가는 마음부터 바꿔야 한다. 숱한 좌절과 시행착오 속에서도 하루하루 나만의 깨달음을 쌓아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인생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지, 묵묵히 살아가는 우리가 어쩌면 놓쳐버리고 마는 ‘지금보다 나은 삶을 앞당기는 법’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인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임정묵 교수는 인생의 봄, 여름, 가을을 지나며 마주했던 삶의 불안과 힘겨움, 그 길을 지나며 깨달은 바를 친근한 필치로 풀어놓는다.
삶은 결코 노력만으로 되는 게 아니며, 내가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으며, 한 우물을 파며 기다리는 마음가짐의 중요성, 익숙해서 오히려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소중한 가치 등등 책에는 ‘오늘이 고달프지만 내일 또다시 걸어야 하는’ 우리 삶을 다독이고 이끌어주는 지혜가 가득하다.
“성공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삶 근처에서 꾸준히 노력하며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그가 제시하는 세상살이의 법칙 2가지는 이렇다. “인생에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있다.” “노력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온다.”
◇ ‘버지니아 울프 미니 선집’
버지니아 울프(1882∼1941)는 20세기 모더니즘 소설의 지평을 연 선구자로서 인간의 내면을 기술하는 실험적인 수법을 구사하며 삶의 의미와 인간 상호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작가이다. 그녀는 기존의 문학전통에 반기를 들고 인간의 의식과 심리를 포착할 수 있는 실험적인 기법들을 사용했고 의식의 내면세계를 탐구함으로써 전통적 소설 기법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삶의 실재에 좀더 다가섰다. 울프는 삶이란 ‘투명한 후광이며 의식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반투명의 덮개 같은 것’이라고 정의 내리면서 삶의 파편적 인상을 언어로 재현하려 한다.
대표 소설인 ‘댈러웨이 부인’과 당대 금기를 다룬 ‘올랜도’, 페미니즘 글쓰기를 거론할 때 첫 손에 꼽히는 에세이 ‘자기만의 방’ 세 권으로 구성됐다.
세 권을 관통하는 울프의 깊은 내면과 작가로서의 열정, 그리고 뭉클한 자매애는 선집을 읽는 독자만이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수확이 될 것이다.
1882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난 울프는 청소년기에 부모의 잇따른 죽음으로 정신 착란에 시달리는 등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한 ‘댈러웨이 부인’과 ‘올랜도’ 등의 성공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정신이상 증세가 심해지면서 실종됐고, 주변에선 그가 자살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박산호, 권진아, 이태동이 번역에 참여했다.
◇ ‘내일이 와준다면 그건 축복이지!’
담백한 그림과 명징한 성찰이 담긴 문장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시대정신을 이끌어온 예술가 이철수의 신작 판화집이다. 이철수는 그간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민중판화부터 종교적 수행과 깨달음을 담은 구도판화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물질의 격랑 속에서 흔들리는 심신을 곧게 일으켜세우는 작품들을 발표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아왔다. 그런 그가 데뷔 40주년을 앞두고 그간 모아뒀던 소품 연작을 책으로 묶었다. 마음 가는 대로 그리고 새긴 ‘작은 판화’들이다.
작가의 일상과 밀착돼 있는 이 작품들에는 판화가 이철수가 독자에게 청하는 가장 내밀하고 소탈한 대화가 담겨 있다. 소품이라고는 하지만 판화의 크기만 작아졌을 뿐, 안에 담긴 메시지는 변함없이 묵직하고 오묘하다.
오히려 계산된 바 없이 편안하게 그려진 그림만이 갖는 솔직한 매력이 더욱 돋보인다. 눈에 힘을 풀고 마음에 빈틈을 낼 때 비로소 감각되는, 당연하게 여기곤 했던 소중한 삶의 순간들이 작품마다 편편이 빛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골똘히 바라보고 있자면 새삼 환기되는 생명에 대한 경외심, 자신의 힘으로 노동하고 생활을 꾸림으로써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끼는 건강한 감각이 간결하고 힘있는 선을 타고 전해져 온다.
이철수의 판화는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과 사물을 지긋이 바라보며 하루하루의 의미를 찾고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도록 해준다. 이 판화집을 읽고 나면 오늘이 가고 내일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며 삶을 무료하게 반복하던 지난 시절이 문득 낯설어지고, 찾아올 내일이 귀한 축복처럼 여겨진다. /윤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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