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 마을의 한적한 골목길은 존재와 부재에 대한 사유의 장소로 내가 즐겨 찾는 곳이다. 간혹 마주치는 할머니께 인사를 건네면 사진은 왜 찍냐고 물으신다. 나는 습관처럼 “보려구요”라고 대답한다.
대부분의 할머니는 못 알아들으셨는지 알아들으시고도 관심 없으신지 “뭐 찍을 거 있다고….”하시곤 가시던 길을 가신다. 할머니의 전부인 그 터전에서 보고 또 보고 사유하려는 나의 존재는 그 할머니에게 무엇이며 또 나에게는 무엇일까? 끊임없는 사유의 늪은 그렇게 깊어간다. 그렇게 보고 또 보고 사유하며 관계 맺음하고 있노라면 그 대상과 하나가 되어가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나의 사진 작업은 그렇게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또 보는 것이다.
영암리는 포항시 남구 장기면의 작지 않은 어촌마을이다. 여느 어촌마을과 다름없이 한적하고 기다림이 을씨년스러운 빈집들이 드물지 않게 보인다. 마을을 지키는 사람들과 떠난 사람들의 사연들이 겹겹이 쌓이고 있는 빈집이 공존하며 존재와 부재의 증명이 뒤엉켜 있다. 어촌 마을의 현실은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을 더 깊이 되돌아보게 한다.
존재한다는 것은 기다림이다. 그리고 부재도 기다림이 증명한다. 우체통마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는 영암리 어느 빈집 앞에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기다리고 있는가?
/이경진(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