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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의 가치

등록일 2020-03-05 18:56 게재일 2020-03-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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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한 제자에게 말했습니다. “이 돌멩이를 시장에 가서 팔려는 척하되 팔지는 마라.” 제자는 시장 어귀에 하얀 보자기를 펴 놓고 돌멩이를 그럴 듯하게 전시했습니다. 돌을 팔겠다고 쭈그리고 앉아 있는 모양을 보며 사람들은 비웃었습니다. 불쌍하게 여긴 한 노인이 다가와 물었습니다. “오천 원 줄 테니 돌멩이를 팔고 저녁이나 먹고 들어가구려.” 제자는 팔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노인은 필시 사연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만 원을 줄 테니 팔라고 했습니다. 제자는 아무런 대꾸 없이 묵묵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점차 그 수가 늘어나 급기야 서로 가까이서 보겠다며 밀고 당기고 아우성이었습니다. 하얀 보자기 위에 놓인 돌멩이가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격 흥정에 사람들이 끼어듭니다.

“저 돌을 달여 먹으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 복이 굴러들어 온대.” “모양을 보니 예술적 가치가 뛰어나 보이네.” “어떤 물에라도 저 돌을 넣고 하루를 지나면 정수 능력이 뛰어나고 육각형 물이 된대.” 가격이 점차 높아졌지만, 제자는 조금도 팔 의향이 없었습니다. 안달이 난 사람들이 가격을 계속 올렸습니다.

“오만 원” “팔만 원” “이십만 원” “오십만 원” 사람들은 돌멩이가 신비로 가득 차 있다고 믿으며 서로 돌을 사려 안간힘을 다했습니다.

처음으로 다가온 노인이 비장하게 말했습니다. “젊은이! 고집을 부리지 말고 백만 원에 파시오. 그것이 내 마지막 소원이오.” 다른 사람들은 한탄하며 물러섰습니다. 젊은이는 주섬주섬 돌을 보자기에 싸서 돌아갔습니다.

돌아온 그에게 스승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정하는 가치란 얼마나 헛된 것인지 알겠느냐?”

헛된 가치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 것인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캐묻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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