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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있을 때

등록일 2020-03-03 20:14 게재일 2020-03-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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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셰익스피어가 친구의 집에 방문했지만, 그는 집에 없었습니다. 하인은 따뜻한 홍차와 간단하게 읽을 책 한 권을 건네고 부엌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아무리 기다려도 친구가 오지 않자 무료했던 셰익스피어는 차라도 한 잔 더 마실 생각이었습니다. 주방으로 가던 중에 흥얼흥얼 거리는 콧노래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부엌에서는 아까 자신을 대접했던 하인이 양탄자를 뒤집어 바닥을 닦고 있었습니다. 그곳은 누가 일부러 들춰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더러운지 깨끗한지 알 수 없는 부분이었습니다.

셰익스피어는 하인이 콧노래를 부르며 양탄자를 뒤집어 닦던 그 순간을 마치 한 장의 그림처럼 평생 기억했다고 합니다. 이후로 셰익스피어는 누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 하인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혼자 있을 때도 누가 지켜볼 때와 다름 없이 행동에 아무 변화가 없는 사람, 바로 그 사람이 무슨 일에서나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입니다.”

중용(中庸)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군자는 보지 않는 곳에서 삼가고(戒愼乎 其所不睹), 들리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두려워한다(恐懼乎 其所不聞).” 이런 경지에 오른 상태를 ‘신독(愼獨)’이라 표현합니다. 남의 시선이 머무르지 않는 곳에서 스스로 삼간다는 의미지요. 송사·채원정전(宋史·蔡元定傳)에서는 ‘신독’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밤길 홀로 걸을 때 그림자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하고, 홀로 잠잘 때에도 이불에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獨行不愧影 獨寢不愧衾)” 엄격한 자기관리를 뜻하는 ‘행불귀영(行不愧影)’이라는 성어가 여기서 비롯했습니다.

시인 윤동주는 노래합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보여지는 내 모습이 진짜 ‘나’ 아닐까요?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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