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근자열 원자래

등록일 2020-03-03 20:11 게재일 2020-03-04 19면
스크랩버튼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는 논어에 나오는 글귀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해야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2천500년 전 전국시대 공자가 초나라 섭공이라는 제후와 나눈 이야기에서 나온 말이다. 섭공은 “백성이 날마다 국경을 넘어 다른나라로 떠나니 인구가 줄고 세수도 줄어 걱정”이라며 공자에게 여쭈었다. 그러자 공자는 “근자열 원자래”란 여섯 글자를 써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한다.

“사람을 소중히 대하라”는 의미다. 특히 정치적으로는 “군주가 백성을 잘살게 하면 백성은 기뻐할 것이며 먼 곳에 사는 백성은 그 소문을 듣고 짐을 싸들고 군주한테 모여들 것”이라는 말로 풀이한다.

군주의 선정(善政)이 백성을 떠나게도 하고 모이게도 한다는 ‘백성이 주인’이라는 민본정신을 당시에 가르쳐 준 대목이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도 같은 말이다. 백성이 편한 정치를 하면 백성은 배를 띄우고 그렇지 않으면 배를 뒤집는다는 말이다.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도 가혹한 정치의 폐해를 가르친 교훈이다.

민심을 근본으로 하는 민본정치는 바로 민주주의다. 헌법 1장 1조에 명시된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은 국가 주인이 백성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감염증 사태는 국민을 혼란과 불안감으로 몰아넣었다. 정부 정책의 거듭된 실패로 불신감도 팽배하다. 중국인 입국 금지를 바랐던 민심을 외면한 정부에 대한 원망이 대통령 탄핵청원으로 이어져 청원수가 140만을 넘었다. 민심이 크게 동요한 결과다. 청와대가 지금 민심을 어떻게 볼까 속내가 궁금해진다. 한차례 지나가는 바람처럼 보는 건 행여 아닐까 해서다.

/우정구(논설위원)

팔면경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