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바이러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문자 그대로 아작내고 있다. 영남의 핵심 대구와 경상북도가 불행과 혼돈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애먼 희생양들의 숫자에 얼이 빠질 지경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 건너 아득한 중국 땅 한복판 우한(武漢)시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영상으로나 보던 비극이 순식간에 이 나라 핵심도시 대구에서 펼쳐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참극이 벌어진 것인가.
우리는 오랫동안 피땀으로 경제부흥도 일구고 민주화도 이룩해낸 자랑스러운 나라다. 그러나 그 번영의 자존심과 명예가 한순간 와르르 무너지고 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무능하고 뻔뻔한, 그러나 교활한 한 정권의 어리석음 때문이다. 집권 이래 ‘촛불혁명’이라는 과장 수사법을 주문처럼 되뇌며 정치보복에만 끈질기게 매달린 문재인 정권은 모든 허물을 ‘남 탓’으로 둘러대 왔다.
대통령은 오직 광신적 확증편향에 중독된 비정상 지지자들에 초점을 맞추고 실정(失政)을 거듭해오던 와중이다. ‘우한 폐렴’을 ‘신종 코로나’로, ‘코로나19’로 이름을 거듭 바꿔가며 갈팡질팡할 때부터 이상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의 의학적 처방인 ‘중국인 입국 전면차단’ 성명을 ‘박사모 회원의 정략’이라며 귀 밖으로 밀어냈다.
인터넷에는 소위 ‘문빠’라는 이름의 극성 지지자들이 신천지와 새누리당을 엮어서 ‘코로나19’가 미래통합당의 계략이라고 욱대긴다. 유시민이라는 여권 최고의 궤변가는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등에 흉악한 모략의 비수를 꽂았다. 시종일관 ‘중국인 입국 차단’은 실익이 없다고 버티던 문 대통령은 “초기라면 몰라도”라고 말해 처음으로 ’전면차단’의 정책적 가치를 인정했다.
‘시거든 떫지나 말고 얽거든 검지나 말라’는 속담이 있다. 작금 이 나라의 정치 풍속도가 꼭 그 짝이다. ‘무능’보다 100배 더 큰 죄(罪)는 국민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도 사과조차 제대로 안 하는 ‘뻔뻔한’ 죄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 제발 사진 찍고 쇼하자고 대구로 달려오는 짓 하지 마시라. “정부의 힘으로는 확산 못 막는다”고 고백하고 행동수칙을 제시하며 국민의 협조를 호소한 싱가포르 리셴룽(李顯龍) 총리의 정직한 담화가 부럽다.
불이 났으니 불부터 끄고 봐야 한다는 주장 틀린 말 아니다. 그러나 그 말은 나라 꼴 이렇게 개차반 만들어 놓은 당사자들이 내놓을 언변은 못 된다. 세기적 괴질 바이러스 ‘코로나19’ 퇴치 문제를 전염병에 대한 지식이라곤 상식 수준밖에 없는 정치꾼들이 정략적으로 주물러 터트린 행위 자체가 악마적 사태다. “사회적 격리를 위한 민주시민의 자율적 통제가 답”이라며 “즉시 과학자 TF팀을 꾸려 전권을 맡기자”는 포스텍 송호근 석좌교수의 제안은 백번 옳다. ‘의학적 처방’을 외면한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신천지 때려잡기’와 ‘대구 모욕하기’라는 교활한 수작으로 ‘정치적 이득’만 탐닉하는 집권세력은 제발 좀 그 흉계부터 접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