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자유한국당의 물갈이론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형오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은 4·15 총선에서 공천 가산점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고, 원외 인사도 컷오프(공천배제)를 적용하는 방안 등을 밝혔다. 그동안 한국당 공관위가 발표한 안대로라면 최고로 많이 받는 게 50%의 청년 가산점이었다. 여기서 가산점은 절대점수가 아니라 자기가 받은 점수의 50%를 가산하는 방식이다. 가산비율을 받은 점수에서 올릴 게 아니라 절대적인 점수를 올려주는 방식을 채택할 필요성이 있다.
정치권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대목은 바로 권역별 컷오프 비율이다. 총선기획단이 현역 의원의 30%를 컷오프해 전체 50%를 물갈이하겠다는 기준을 발표한 바 있는 만큼 현역의원이 많은 대구·경북지역 의원들은 컷오프 우려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무엇보다 컷오프 기준 지역구 여론조사 방식이 대국민 조사와 당원조사로 정해지면서 집단적인 반발움직임도 보인다. 당 지지율이 50%를 훨씬 상회하는 곳이 대부분인데, 개별 의원들의 지지율이 이에 못 미친다고 해서 컷오프시킨다면 지역 민심 자체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렇듯 현역 의원과 예비후보들에 대한 컷오프기준은 어떻게 결정하든 군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다가오는 총선 결과를 미리 예측할 때 쇄신과 보수통합에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전국적으로는 그리 신통한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렇다면 전국 각 지역에서 젊고 참신한 인재들을 적극 공천해 새 일꾼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게 중요하다. 새로운 씨를 뿌려 향후 다가올 대선, 또 그다음의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어느 마을에 새로 이사온 장사꾼이 있었다. 그는 마을 농부들의 대나무 키우는 방법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농부들이 심은 대나무는 다른 곳과 달리 싹도 나지 않고, 제대로 자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사꾼이 농부들에게 잘 자라지도 않는 대나무를 왜 심는 지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두 해가 지나고, 4년이 되었지만 대나무는 여전히 순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농부들은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자신들이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갈 뿐이었다. 그런데 5년째가 되자 대나무 밭에서 갑자기 죽순이 돋기 시작했다. 한 달이 지나자 대나무는 무려 15m이상 자라서 빽빽한 숲을 이뤘다. 농부들은 그제서야 대나무를 베어냈다. 깜짝 놀라는 그에게 한 노인이 이렇게 답했다.
“모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대나무는 순을 내기 전에 먼저 뿌리가 땅속에서 멀리까지 자란다네. 그리고 일단 순이 돋으면 길게 뻗은 그 뿌리들로부터 엄청난 양분을 얻어 순식간에 키가 자라네. 부질없어 보인 4년이란 시간은 대나무가 뿌리를 내리는 준비기간이라네.”
우리 정치판에서 민심의 양분을 충분히 받아들여 울창한 숲을 이루고 싶다면 이처럼 묵묵히 대나무를 심고 가꾸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해답없는 컷오프 기준에 큰 깨달음을 던져주는 일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