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높이 날지 말거라. 태양의 열기 때문에 날개 밀랍이 녹는다.”
고대 그리스의 장인 다이달로스와 아들 이카루스는 마치 아이언맨이 수트를 입고 날아다니는 것처럼 에게해 상공을 훨훨 날아 크레타 섬을 탈출하는데 성공합니다. 비행에 심취한 이카루스는 충고를 잊어버립니다. 자신의 한계를 잊어버린 채 더 높은 곳으로 비행하며 환희와 절정을 맛봅니다. 결국 이카루스의 날개는 녹아내리고 바다를 향해 추락하고 말지요.
21세기 인류는 태양을 향해 비행하는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터치 더 선(Touch the Sun) “태양을 만져라”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8월 12일 새벽 3시 31분. 인류 최초의 태양 탐사선 파커 솔라 프로브가 태양의 신비를 풀기 위한 임무를 받고 발사에 성공했지요.
태양은 도대체 얼마나 뜨거울까요? 포스코 용광로의 쇳물이 약 1천500℃를 넘는다고 합니다. 금속 중 가장 녹는 점이 높은 물질이 텅스텐은 3천410℃가 돼야 녹는다죠. 태양 표면의 온도는 무려 6천℃입니다. 코로나 온도는 무려 150만℃.
현대판 이카루스인 파커는 섭씨 150만℃의 태양 코로나를 뚫고 태양 표면에 도달하는 게 임무입니다. 나사(NASA)는 두께 11㎝의 탄소복합체 열보호 시스템(TPS)을 외부에 둘렀습니다. 놀라운 신물질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태양의 코로나를 뚫고 들어가는데도, 내부 온도는 섭씨 27℃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태양의 중력에 빨려들지 않으려면 탐사선의 속도는 초속 190㎞ 이상을 유지해야 합니다. 1초만에 포항에서 대구를 거쳐 대전 근처까지 날아가는 속도입니다.
파커는 지금 태양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중입니다. 2025년까지 7년 동안 24차례 태양에 근접 비행하면서 태양 궤도를 돌고 마지막으로 코로나 속으로 급강하해 최후의 임무를 다 한 뒤 태양 속으로 빨려 들어가 최후를 맞이할 것이라고 하네요.
하늘을 날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은 비행기를 만들어 냈고, 다이달로스의 후손들은 우주선을 뚝딱 뚝딱 지었으며 결국 태양을 향해 녹지 않을 탄소복합섬유로 몸을 감싼 작품을 날려보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꿈을 향해 날개 짓하는 우리의 인생. 추락할 수도 있고 크게 다칠 수도 있으며 불행하게도 목숨을 잃는 수도 있겠지만 도전하는 인생이 아름답습니다. 견적 나오는 플랜을 적당히 세우며 안주하는 삶이 아니라 소명을 따라 한계를 계속 돌파하며 현실을 박차고 날아오르는 삶을 꿈꾸는 그대를 응원합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