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워샴(Tom Worsham)은 기러기의 생태를 연구한 사람입니다. 그 연구에서 보여주는 기러기는 먹이와 따뜻한 곳을 찾아 4만㎞를 비행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밝혀집니다. 서울서 뉴욕까지의 거리가 1만 1㎞쯤 되는데 4만㎞면 지구 한바퀴를 도는 실로 어마어마한 비행능력이지요.
기러기의 이런 놀라운 비행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홀로 날지 않고 무리가 그룹을 지어 비행하는데 그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기러기는 리더를 중심으로 V자 대형을 그리며 먼 여행을 합니다. 맨 앞에서 날아가는 리더의 날갯짓은 기류에 양력(揚力)을 만들어 주어 뒤따라오는 동료 기러기들이 혼자 날때보다 대략 71%의 에너지를 절약하면서 가볍게 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합니다.
기러기들은 그룹으로 편대 비행을 할 때 끊임없이 소리를 냅니다. 영어로는 기러기 울음을 Honk(홍크)라고 하지요. 앞에서 거센 바람을 가르며 힘들게 날아가고 있는 리더에게 보내는 응원의 소리입니다. “홍크, 홍크, 홍크!” 앞서가던 기러기가 맞바람과 싸우며 지치고 힘들면 어느 새 다른 기러기가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주기적으로 이들은 맨 앞 자리를 번갈아 가면서 교대로 앞장을 서고 무리가 뒤따르며 응원하는 방식으로 비행을 지속하는 거지요.
만약 무리 중 한 기러기가 아프거나 총에 맞아 다치거나 하면 혼자서 그룹을 이탈하도록 방치하지 않습니다. 몇 마리의 기러기가 연약한 기러기와 함께 대열에서 빠져나와 아픈 기러기를 돌봅니다. 지친 동료가 원기를 회복해 다시 날 수 있을 때까지 곁을 지킵니다. 혹은 생명을 다할 때까지 마지막을 함께 지켜 주는 것이지요.
도산 안창호 선생은 기러기의 이런 그룹 리더십에서 영감을 얻어 흥사단의 상징에 기러기를 그려 넣습니다. 기러기 모습은 한자로 선비(士)를 의미하기도 하지요. 기러기와 같이 서로 협력하고 응원하며 돌보는 멋진 선비정신 리더십으로 우리 민족을 구하자는 흥사단의 열망이 담겨 있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 해도 말이지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이 하나로 묶어지고 서로의 뜻이 통할 때,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열 여섯이 되고 열 여섯이 육십사가 될 때, 우리 몸짓은 기러기처럼 가볍게 길고도 먼 여행을 무사히 해 낼 수 있는 법입니다. 시대의 지도자로, 기러기를 닮은 선비로 오롯이 우리와 여행을 함께 하실 그대를 응원합니다. 홍크, 홍크, 홍크!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