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 지나친 제한 ‘깜깜이’<br/>현직 절대적 유리 상황 현실로<br/>부정 방지 취지 위탁선거법이<br/>기울어진 운동장 제공 역효과
두번째 실시된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서도 현직 프리미엄이 여전히 작용했다.
선거운동기간이 짧고 선거운동방법이 지나치게 제한돼 이른바 ‘깜깜이선거’로 치러지면서 현직 조합장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했다. 후보자 선택권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위탁선거법이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와 경북 모두 현직에서 출마한 조합장 중 71.4%가 당선에 성공하며 조합장 선거 ‘현직불패’ 신화가 고스란히 재현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경북지역에 출마한 현직 조합장 140명 가운데 100명이 당선됐다. 현직 조합장 당선율 71.4%는 지난 2015년 치러진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현직 당선율 64.9%보다 6.5%포인트 높은 기록이다. 1회 선거 당시 경북지역에 157명의 현직 조합장이 출마해 102명이 당선되었다.
<관련기사·당선자 명단 3·6·7면>
대구지역도 출마한 현직 조합장 21명 가운데 14명이 당선돼 66.7%의 현직 당선율을 보였다. 지난 선거 당시 현직 조합장 20명 가운데 8명이 당선되며 40%에 그친 것보다 무려 26.7%포인트가 증가했다. 대구와 경북을 합치면 161명의 현직 조합장이 연임에 도전해 114명(70.8%)이 목표를 달성했다. 1회때 177명 중 110명이 당선에 성공하며 당선율 62.1%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8.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제1회 선거 이후 꾸준히 제기된 현직 프리미엄 효과가 더욱 뿌리내렸음을 보여준 셈이다.
조합장 선거는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처럼 중앙선관위가 일괄 관리해 부정선거를 방지하고 선거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전국에서 같은날 동시 선거로 치러도록 했다. 그러나 입과 발은 풀고 돈과 흑색선전을 묶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위탁선거법이 너무 엄격해 ‘깜깜이 선거’로 전락하면서 현직 조합장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공하는데 그쳤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와 달리 예비후보기간이 별도로 없는 데다 선거운동원이나 선거사무소 없이 후보 본인만 운동이 가능하고, 연설회나 토론회마저 금지되는 등 현직 이외에 신인들이 얼굴을 알리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유권자 가정을 방문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농·축협 특성상 논이나 밭, 축사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데도 이 마저도 방문이 금지됐다.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투표소로 향하면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 선거구에서 돈으로 표를 매수하는 ‘돈선거’로 치러졌다는 뒷공론이 무성했다. 대구 달성군선거관리위원회도 이날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조합원에게 현금 300만원을 제공한 후보자 가족 A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지난 11일까지 대구지검 본청 및 8개 지청에서 이번 전국동시조합장선거와 관련해 대구·경북에서 모두 60명이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고 3명은 구속됐다.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선거일 이틀 전까지 모두 50명이 입건된 것과 비교하면 20%(10명)가 증가한 수치다.
이와 관련, 포항에서 선거에 출마한 한 후보자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신인들이 현직 조합장에 도전해 이길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며 “그렇다보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조합원을 상대로 금품을 살포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는 대구에서 유권자 4만1천675명 중 3만5천638명이 투표하며 85.5%의 투표율을 보였고 경북에서 유권자 33만110명 가운데 27만1천44명이 투표하며 82.1%의 투표율을 나타냈다.
/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