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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의 몰락이 주는 교훈

등록일 2019-03-07 17:54 게재일 2019-03-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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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한동대 교수

‘채권왕’으로 불리던 빌 그로스가 은퇴하는 모습이다. 사실 5년 전부터 그의 성과는 빛을 잃고 있었는데 더 이상 그에게 돈을 맡기는 투자자를 찾기 어렵다. 무엇이 그를 힘들게 했을까? 그의 수익률을 보면 변동폭이 매우 심하다. 즉 그는 직관(insight)에 의존하며 확실한 베팅(betting)을 한다. 지난 30년간 채권가격이 상승세였으므로 잃을 때보다 얻을 때가 많았고, 그런 방향성 덕분에 수익률이 높았다.

그런데 최근 10년간 채권가격은 올랐지만 사람이 예측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다. 금리를 포함한 거시경제 변수들이 정치인들의 의도에 의해 상식 밖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실패했고 빌 그로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가 2014년 핌코에서 야누스 캐피탈로 자리를 옮긴 후 투자수익률이 연 0.38%에 불과했다. 이렇게 정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시장평균을 지향하는 인덱스에 만족하거나 기계를 동원해 단기 추세를 찾는데 열중했다.

여기서 개인투자자들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첫째, 정치에 의해 좌우되는 시장상황 또는 거시경제를 예측하려 들지 말라는 것이다. 사람이 할 수 없는 것을 고집스럽게 하는 것은 어리석다. 투자대상 분석에 더욱 집중하라. 성장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가 자신을 보호하는 안전마진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방이 불가능한 핵심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찾는 일이다. 그런 기업은 끝까지 생존하여 큰 시장을 누릴 수 있기 때문에 좀 비싸게 사더라도 용서가 된다.

둘째, 자신의 판단을 끝까지 의심해보는 습관을 길러라.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진다. 이런 경우 주위에서 말릴 수 없고, 큰 실수로 이어지곤 한다. 빌 그로스도 다혈질이었고, 독선적이었다. 핌코 안에도 그의 생각을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무시하여 위험에 노출됐다. 개인 투자자들도 자신의 판단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을 때까지 의심해 보는 습관, 그리고 그 판단을 시장에서 자신이 몇 번째로 하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편 가치투자의 아버지라고 불렸던 워렌 버핏도 체면을 구겼다. 2015년 케챱으로 유명한 크래프트(Kraft) 지분을 26.7% 인수했다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고전하고 있다. 당시 크레프트 지분을 비싸게 샀고, 또 경영권 프레미엄까지 지불하여 투자수익률이 연 2%도 안되었다. 비싼 것을 싫어하는 그가 이런 조건을 참았던 이유는 경영권을 발휘하여 비용절감을 노렸기 때문이다. 즉 크래프트의 높은 브랜드 덕분에 수요와 가격은 안정되어 있으니 효율성만 개선시키면 안정 성장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이런 판단의 결과는 실망스러웠고, 여기서도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PB)를 만들되 지역 맞춤형 제품으로 개발했고, 이런 맞춤형 상품이 크래프트 같은 기존 브랜드에 대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소비자를 설득하면서 기존 브랜드가 훼손됐다. 결국 협상력이 구조적으로 제조업에서 고객을 모을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로 넘어감을 이해해야 한다.

둘째, 시중자금이 넘치는 환경에서는 가치주보다 성장주가 유리하다. 그 동안 돈이 많이 풀리며 성장주뿐 아니라 가치주에도 가격 거품을 만들었다. 즉 워렌 버펫도 그가 좋아하는 가치주를 비싸게 살 수 밖에 없었다. 성장주는 비싸 보여도 장래 희망이라는 핑계가 있지만 가치주는 아무리 쉽게 이해되고 불확실성이 없다 해도 비싼 것은 어색하다.

셋째, 워렌 버핏처럼 나이가 들수록 고정관념에 사로 잡히게 된다. 오랜 기간 살면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의 패턴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많아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패턴에 변화가 생기는 시기에는 적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말을 앞세우기 보다 자신의 판단을 계속 의심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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