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의회 역대 의장들이 본 ‘28년 의회역사’<br/>이칠구 6대 후반기․7대 전반기 의장 인터뷰
포항시의회가 올해로 부활한 지 28년을 맞았다.
시의회는 지방자치법의 부활로 30년 만인 1991년 4월 지방선거로 부활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직선제 개헌이 이뤄지고 개정 헌법에 따라 지방자치법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1947년 지방자치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제도는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해산됐다.
포항시의회는 1991년 4월 15일 4대 의회로 개원했고, 포항시와 인접한 영일군의회는 1대 의회로 문을 열었다.
포항시의회와 영일군의회는 1995년 1월 1일 포항시와 영일군이 합쳐 도농통합 포항시로 출범하자, 그해 6월 27일 지방선거를 거쳐 7월 1일 제1대 통합 포항시의회로 깃발을 올렸다.
포항시의회는 주민의 대표기관이면서 의결․입법․감시기관으로서 지방자치법 제39조에 의거해 조례의 제정․개정 및 폐지, 예산의 심의․확정 등 11가지의 의결권을 행사해 왔다.
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와 각종 간담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집행부를 감시 견제했으며, 예․결산 심사를 통해서는 예산낭비를 막아왔다.
특히 주민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주며 주민복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으며, 영일신항만 건설, 각종 산업단지 조성, 도로 개설, KTX 포항노선 유치 등 지역발전에 큰 힘을 보탰다.
영일대해수욕장 단장과 호미곶 관광단지 조성, 동빈내항 복원 등을 통해 포항을 관광도시로 우뚝 세워 놓았다.
반면 일부 의원들의 이권개입과 외유성 해외연수 등은 오점으로 남아 있다.
포항시의회 28년 역사의 주역으로 의회를 이끌어 온 13명의 의장 중 작고한 2명(이용덕 옛 4대 포항시의회 의장, 오철상 통합 1대 포항시의회 의장)을 제외한 11명을 만나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과 아쉬웠던 의정활동, 포항발전의 바람, 근황 등을 들어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의정활동 한 가지만 소개해 달라.
►초선 때 총무경제위원장을 지낼 때였다. 지역 100여명의 야구동호인들이 포항야구장 건립을 건의해 왔다. 이병석 국회의원(포항 북구)이 국비 30억 원을 확보했다. 시에서 이 돈은 종잣돈으로 삼아 234억 원을 들여 포항야구장을 건립하겠다고 시의회에 보고했다.
총무경제위원들이 모두 반대했다. 총무경제위는 포항야구장 건립 안을 부결시켰다.
설계변경 등이 이뤄지면 건립비는 300억 원을 넘길 것 같았다. 포항에 프로야구 구단도 없는데다 야구장 운영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야구장이 돈 먹는 하마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시는 남구청 건립 안과 포항야구장 건립 안을 시의회에 다시 보고했다.
남구청 부지와 야구장 부지는 서로 달랐다.
포항시 관계자로부터 보고를 받던 중 “메인스타디움과 파크호텔을 함께 지어 호텔수익으로 메인스타디움을 관리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 불현듯 떠올랐다.
포항시 관계자에게 물었다. 같은 부지에 남구청과 야구장을 함께 지으면 얼마나 드냐고.
시 관계자는 그날 오후 상위임에 출석해 40억 원을 추가해 274억 원이면 남구청과 야구장을 건립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남구청과 야구장은 최종 377억 원(물가 인상분 등 포함)을 들여 같은 건물로 준공, 문을 열었다. 남구청 운영으로 야구장 운영비 등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가장 아쉬웠던 의정활동 한 가지도 들려 달라.
►저의 재임시절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있던 시기와 겹쳤다.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이 포항이지 않느냐. 현대중공업이 영일만 배후단지인 제3일반산업단지에 들어오기로 돼 있었다.
MOA(합의 각서)와 MOU(양해 각서)가 체결된 상태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은 포항시와의 3산단 투자협약을 해지했다.
정말 아쉬웠다. 당시 이 전 대통령 시절 포항시와 의회, 시민, 사회단체, 언론 등과 힘을 합쳐 유치에 적극 나섰다면 현대중공업을 유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포스코에 이어 포항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됐을 것이다.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렸다. 포항이 재도약할 수 있는 황금 시기를 놓쳐 버렸다. 의정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나는 당시 수차례 이런 말을 했다. 시의회 의사록에 남아 있을 것이다.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이내에 역사의 준엄한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고.
지금 어떠한가? 도시가 쇠퇴하고 있다. 포항이 위기를 맞고 있다.
누구의 잘못을 탓해서는 안 된다. 모두의 잘못이었다.
이런 잘못이 되풀이 돼선 안 된다. 역사의 잘못을 거울삼는다면 미래에는 이런 잘못을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포항시 발전과 시민들에게 바람이 있다면
►지금 포항은 위기 상황이다.
포항지진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지역경제가 위축되고, 시민들이 포항을 떠나고 있다. 도시가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
시민들이 실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52만 시민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위정자, 기업인, 시민 등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 매고 혼신의 힘을 다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위기가 곧 기회’이기 때문이다.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 아닌 유발지진으로 밝혀지면 포항이 확 바뀔 것이다.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정부로부터 엄청난 지원을 받아 도시재생사업과 도시재건사업이 본격화 될 것이다.
포항시는 100년 먹거리를 설계해야 한다. 새로운 대기업도 유치하고. 영일만항을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 물류허브도시로 만들어야 한다. 명품해양관광도시도 건설해야 한다.
-퇴임 후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최근 근황은?
►경북도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포항출신 8명의 도의원들은 여야를 떠나 포항시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함께 힘을 합쳐 국․도비 및 각종 사업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27일 포항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포항야구장에서 프로야구 6경기 포함 400여 경기가 열렸다. 포항야구장은 하루 오전, 오후, 야간 등 3회 대여를 하고 있으며, 대여비용은 비교적 저렴하다. 포항야구장에서는 전국고교야구주말리그전, 전국중학야구선수권대회, 동호인대회 등이 이어지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야구장 총수입대비 총지출을 보면 약간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야구장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남구청 건물 비용은 고스란히 세이브(저축)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역대 포항시의회 의장은 다음과 같다.
양용주(2대 전반기), 진병수(2대 후반기), 박태식(3대 전반기), 임선순(3대 후반기), 공원식(4대 전․후반기), 박문하(5대 전반기), 최영만(5대 후반기), 이상구(6대 전반기), 이칠구(6대 후반기), 이칠구(7대 전반기), 문명호(7대 후반기), 서재원(8대 전반기).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