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취업인가 창업인가, 극한직업시대

등록일 2019-02-25 18:54 게재일 2019-02-26 19면
스크랩버튼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영화 ‘극한직업’이 누적 관객수 1천500만명을 돌파했다. 마약반 형사들이 조폭을 검거하기 위한 좌충우돌 분투기가 치킨 집을 무대로 펼쳐진다.“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는 수원 왕갈비 맛 치킨으로 영화 속 치킨집은 대박이 난다. 그러나 현실의 사정은 다르다.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다 보니, 치킨집들은 한 집 건너 늘어나지만 얼마 못가서 문을 닫는다. 높은 건물임대료와 최저임금, 프랜차이즈 갑을구도 속에서 자영업 상황이 녹록치 않다.

경기침체로 취업환경도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시 취직 공부를 하는 실정이다. 대학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준 대학 졸업예정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11%로, 열 명 중의 한 명만이 안정된 일자리에 입성하였다. ‘SKY’졸업생들 취업사정도 만만치 않다.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평생 미래가 보장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취업 문제는 지방대학으로 내려갈수록 심각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청춘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다.

공무원은 평생 안정된 직장, 고정된 수입을 보장해 준다. 각자의 생존전략으로 선택한 공무원 시험 준비로 청년들은 학원 앞 컵 밥을 먹고 비좁은 고시원 생활을 감내한다. 이런 상황을 LA타임스는 하버드대 입학보다 한국의 공무원에 합격하는 것이 더 어렵다며, 새벽부터 밤까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기현상을 보도하였다. 최근 정부가 ‘국가공무원 총정원령’을 개정하여 올해 1분기에만 1만명 정도 공무원을 증원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공무원 시장에 수험생들이 더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각자도생’식으로 각 개인이 불안한 미래를 해결하려 고군분투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불행이다. 4차 산업혁명과 과학기술 혁신으로 세계경제가 바뀌고 있는데 지금과 같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다수가 ‘백수 취준생’으로 공무원 시험을 공부한다면 비싼 등록금을 낸 이유가 무엇인가? 미래 일자리에 걸맞는 취업교육이든, 앙트러프러너십에 기초한 창업교육이든 학생들이 제대로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대학이 변해야 한다. 또한 치킨집을 차려 몇 년 안에 폐점하는 상황에 정부는 무겁게 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0%보다 높은 25.4%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이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고령화시대에 인생 2막을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세계 경제는 긱이코노미(Gig Economy)로 재편되고 있다. 고용시장은 그 때 그 때의 필요에 따라 일을 맡기는 추세가 확대되고 있다. 자율성, 유연성을 이유로 정규직을 꺼리고 외주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이앤 멀케이가 지적한 것처럼, 긱경제는 “숙련된 노동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구조이기에 새로운 기술과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학교, 학위, 직함, 이름을 중시하던 이전과 달리 특정 지식과 기술, 재능과 경험이 중시되는 환경인 것이다. 이제 대학 학위가 더 나은 일자리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

졸업도 취업도 창업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치킨집을 차리는 것은 답이 아니다. 일찌기 하워드 가드너가 ‘미래 마인드’에서 언급했던 훈련 마인드, 종합 마인드, 창조 마인드, 존중 마인드, 윤리 마인드 개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최소한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계속 훈련해 갈 수 있도록 평생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개인의 이익을 넘어 사회 전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숙련된 인재가 자본보다 더 부족하다고 말한다. 대학 졸업생이 쏟아지는 2월 졸업식을 지켜보며, 취업과 창업, 어느 것도 만만치 않은 극한직업의 시대, 대학과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묻는다.

신희선의 靑坡書齋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