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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이 된 민주노총

등록일 2018-11-23 20:24 게재일 2018-11-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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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탄력근로제 확대를 계기로 민주노총이 지난 21일 전국에서 총파업을 벌이면서 정부여당과 날을 세우고 있다. 여당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민노총을 수차례 설득해왔지만 응하지 않았고, 이에 대해 (대통령이)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고 보면 정부여당과 민주노총의 힘겨루기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이 22일 민주노총 참여없이 사회적 대타협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출범시킨 것도 대화를 거부하는 민노총에 대한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이 나돌고 있다. 최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민주노총을 향해 연거푸 비판적 발언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노동계와 너무 사이가 틀어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정부 때 노조와의 관계가 급랭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 당선인 신분으로 양대 노총을 찾아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노동계와 손을 잡고 임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두 달 뒤 노 전 대통령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위법행위에는 법 집행을 엄정히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후 노동계는 노무현 정부에 등을 돌렸고, 대화 창구도 닫혔다. 핵심 지지층인 노동계를 잃게 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2003년 1분기 국정 지지율은 60%였지만 4분기엔 22%로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을 바로 곁에서 지켜본 문 대통령이 과연 노동계와 정면 대결하는 승부수를 던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당시와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 민주노총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의제별 협상은 진행 중이어서 관계가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청와대도 조심스러운지 민주노총 총파업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노사 양측 모두 조금씩의 양보가 불가피하며,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는 민주노총이 대화 채널에 합류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촛불 청구서’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부채 의식은 비상식적인 프레임이라고 극력 부인하고 나섰다. 이런 얘기를 듣다보면 과거 어렵고 힘겨웠던 노동운동 현장을 기억하는 장년 세대에게 오늘날 ‘귀족노조’ 중심의 민주노총은‘야성잃은 북해도 오리’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요지는 이렇다.

“북해도에는 해마다 겨울이 되면 수 천 마리의 큰 오리 떼가 날아와서 월동을 하고 봄이 오면 도래지로 다시 날아간다. 그런데 몇 해 전 겨울에는 이상기온으로 호수가 꽁꽁 얼어붙었고, 물고기를 잡지 못하게 된 오리들이 굶어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가엾이 여긴 주민들이 콩같은 먹이를 열심히 주기 시작했다. 어느덧 오리들은 사람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데 재미를 붙여, 봄이 왔는데도 도래지로 돌아갈 생각은 안하고 여기저기를 뒤뚱거리며 돌아다녔다. 그러다 수많은 오리들이 개나 고양이에게 물려 죽고 자동차에 치여죽는 비극이 벌어졌다. 동물학자들은 이제 더 이상 오리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충고했다. 그러나 이미 야성을 잃어버린 큰 오리들은 봄이 왔건만 여전히 북해도 호수를 떠나지 않고 사람들이 주는 먹이만을 기다리며 지낸다.”

야성을 잃은 오리들은 결국 종족보존마저 힘겨운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연봉 1억원을 넘나드는 대기업노조를 중심으로 안주하며, 안으로는 고용세습 비리에 가담하고, 밖으로는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광주형일자리 사업’에 반대하는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된 민주노총의 모습과 겹쳐지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의 민주노총은 야당에게 부패와 불법파업을 일삼는 강성노조로 찍힌 지 오래고, 정치적 동지였던 정부여당에게도 노동개혁을 막아서는 계륵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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