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갈등 여전하고<br /> 재정·자치분권<br /> 최종안 발표 무기 연기<br />“분권 의지 있나” 비판 대두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공약인 ‘지방분권’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지난 5월 개헌안 부결 후 “대통령이 분권 의지를 상실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데다 지방분권이 여러 손을 거치며 진전이 없고, 정부부처간 갈등도 봉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와 학계는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범정부 재정분권 태스크포스(TF)’가 지난 4월 전문가 의견을 정리한 재정분권 권고안을 청와대에 보고했지만 이렇다 할 결정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4개월여 동안 대통령 의견이 반영된 종합대책을 확정하지 못한 채 기존 권고안만 대폭 손질한 정도다. 이는 자치분권위와 재정분권TF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했던 재정분권(국세와 지방세 비율 개편, 지방소득세·소비세 인상 등) 종합대책은 예정 시기보다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답보상태다. 정부는 지방분권의 단초가 될 ‘재정분권’을 비롯해 ‘자치분권’(자치경찰제, 주민참여·자치 강화 등) 최종안 역시 발표 일정을 넘기고도 일언반구 언급을 않고있는 상황이다.
재정분권TF 권고안은 지방 소득·소비세를 늘려 현재 8대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중을 6대4까지 바꾸려는 것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지방재정은 지금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나지만 TF 내에서는 실제 지방재정 증가 폭이 2조∼3조원으로 감소한 상태로 일부 지자체는 재정 부담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치분권 상황도 마찬가지다. 적용 범위를 두고 청와대와 지자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과 민선 7기 시·도지사 간 첫 간담회에서 핵심 의제였던 ‘자치분권 로드맵’이 빠지고 일자리 문제만 논의될 예정이다. 또 자치경찰제 기본계획과 각종 주민참여·자치 관련 법률은 지난 6월까지 마무리 지을 예정이었지만 역시 함흥차사다. ‘고향사랑기부제’(주민이 지자체에 기부하면 정부가 세액공제 혜택 제공)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올 상반기 법률안 제정을 공언했지만 지난 16일 열린 임시국회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지방분권 정책이 제자리걸음 상태에 있는 데도 정부 부처 간의 협력이 이뤄지지 않고있는 것은 청와대가 정책 조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 과정을 보면 청와대는 손을 놓고 주무부처만 진땀을 빼고 있다. 대선 후 지방분권 공약에 대한 총대를 국무조정실이 맡았지만 진척이 없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TF가 구성됐지만 시각차가 큰 재정분권의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애초부터 재정분권업무를 청와대가 주도해 나갔어야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11월 업무를 넘겨 받은 TF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급박하게 발표 예정 일자를 잡으면서 TF는 갈등을 봉합하기는 커녕 제대로 귀를 기울일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TF는 지방세와 지방교부세를 늘리고 국고보조사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중 지방소비세 확대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지방소득세를 놓고 행안부와 기재부가 충돌했다. 행안부는 비례세화를 주장하는 반면 기재부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와 관련, 자치분권위 관계자는 “재정분권 문제는 기재부의 반발을 청와대나 국무총리실에서 조정해줘야 하지만 제대로 되지않아 진척이 없어 조만간 발표되는 지방분권 종합추진계획에 재정분권부분은 구체적 내용없이 방향성만 담길 예정”이라며 “지방분권종합추진계획은 지난 24일 자치분권위 전체회의를 거쳐 다음달 초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킨 후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