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부터 자출(자전거 출퇴근) 위주로 타기 시작한 자전거를 요새는 일상생활은 물론 주말 산악 라이딩까지 즐기며 쏠쏠한 재미를 더하고 있다. 가까운 마트나 시내 웬만한 볼 일은 자전거를 이용하고, 월 2~3회 구룡포 말목장성이나 연일 옥녀봉, 흥해 도음산 등지의 야산 등산로를 따라 MTB(산악자전거)를 타다 보면 흥건한 땀과 박진감 넘치는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지난달 제15회 포항국제불빛축제가 열린 영일대해수욕장까지 효자동에서 자전거를 타고 손쉽게 다녀왔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폐철도 부지를 활용하여 한창 조성 중인 그린웨이를 거쳐 구 포항역 터를 지나 영일대해수욕장까지 승용차보다 더 빨리 도착하여, 해송에 자전거를 기대고 안장과 짐받이 위에 올라가 높은 위치에서 불꽃쇼를 보니 안성맞춤(?)이었다. 또한 집으로 돌아올 때는 수많은 인파와 잔뜩 밀리는 차량 사이를 미끄러지듯 여유롭게 빠져나와, 송도를 거쳐 형산강 하류의 강둑에 잘 조성된 자전거길로 달려오니 밤길의 강바람이 그리 시원할 수가 없었다. 소소하지만 두 바퀴 자전거의 유용함이 다시 한번 더 느껴졌다.
필자는 자전거로 매월 500km 이상, 연간 6천500km 정도의 거리를 타는데, 주행거리 90% 이상이 자출이다. 약 12km 정도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게 되면, 가벼운 몸 동작으로 등허리에 살짝 땀이 배이고 은근슬쩍 기분이 좋아지며 몸은 가벼워진다. 그러면 하루가 즐겁고 마음도 가뿐해지며 일손도 잘 잡힌다. 퇴근할 때는 간혹 정해진 코스가 아닌 인근의 마을과 들길, 산길을 두루 거치는 ‘퇴근 라이딩’을 하기 때문에 주행거리도 많아지고 운동량도 늘어나게 되니, 말 그대로 생활 속의 운동을 실천하는 셈이다.
철마다 시시때때로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펼쳐지는 길에 따라 사뭇 감흥이 다르게 피어난다. 들길과 산길에는 꽃과 새들이 반겨맞고 부드러운 바람이 말을 걸어오며, 양탄자같은 낙엽 길과 솜털같은 눈길을 굴릴 때는 그야말로 개선장군(?)이 된 것처럼 들뜨고 뭉클해진다. 또한 찌는듯한 염천의 무더위는 이열치열로 질주하며 밀어내고, 혹한의 칼바람에도 거침없이 페달을 밟다보면 어느새 고뇌는 기우가 되어 땀방울로 승화한다.
그러한 자전거 타는 묘미를 더하기 위해 한달 전, 대학 3년생 아들과 함께 4박5일로 인천~부산까지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완주했다. 인천 아라뱃길갑문에서 부산 낙동강하굿둑까지 자전거길은 633km지만, 도중의 식사와 숙소, 길 찾는 시간, 명소 탐방 등을 감안하면 실제 700km 정도의 거리를 가야 한다. 5일동안 구비구비 강변과 산자락을 누비면서 햇볕, 바람, 구름, 이슬비, 천둥, 번개, 소나기, 안개, 무지개 등 변화무쌍한 기후를 접했고, 아름다운 우리의 산하와 향토적 정취를 느끼면서 주위의 풍광과 자연의 현상을 보고 듣고 맡았으며, 지역별 특색 먹거리를 별미로 맛보기도 했다. 전국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2012년에 조성된 자전거길은 강과 산을 연결시키고 도시와 농촌을 이어주며 지역과 지역, 마을과 들판, 사람과 사람을 연계시키고 만나게해주는 소통과 희망의 통로로 여겨졌다.
세상만사 오르막길 내리막길이라 했던가? 고행의 오르막길을 오르며 인내심을 키우고, 짜릿한 내리막길을 질주하며 쾌감을 느낀다. 그렇듯 자전거는 의지와 열정, 도전과 모험, 성취와 보람으로 내 삶에 활력과 행복을 안겨주고 있으니, 그 어찌 자전거를 즐겨 타지않고 보물같은 애마(愛馬)로 여기지 않으랴!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자전거 타고 가는 여정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활주로같은 곧은 길을 나는듯 달리다가 굽어진 길에서는 완급을 조절하며 지나가고, 숨가쁜 오르막이 있는가 하면 여유로운 내리막이 있다. 때에 따라선 아슬아슬 중심 잡다가 휘청대며 넘어지기도 하고. 그래서 자전거는 부단히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쓰러지고 만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내 삶을 채근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