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우리나라 신생아 출산율은 1.05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출산율 1.68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17 세계인구 현황 보고서’를 보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 198개국 중에서 초저출산 기준인 1.3명 이하인 9개국에 속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5일 발표한 대책이 저출산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다. 지난 10년간 126조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해서 출산율은 예측보다 훨씬 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출생아 수를 높이는 데만 집착한 출산율 제고정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아이를 낳으면 출산장려금을 주는 방식은 여성들의 코웃음만 샀다.
여성들은 아이를 “한 명 키우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8년 저출산 정책에 대한 2040 여성근로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47.9%의 여성들이 아이가 두 명이면 좋지만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할 때 1명만 낳겠다고 하였다. 15.5% 여성들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답했다. 저출산의 이유로 ‘소득과 고용불안’이 첫 번째였다. 10명중 8명의 여성이 ‘일과 가정 양립의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저출산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런 점에서 기존의 출산장려 캠페인 방식에서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의미가 있다. ‘일하며 아이 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설정하고 제도와 구조개혁을 통해 저출산 문제에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내놓은 정책을 보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2019년부터 시행되는 주요 저출산 대책은 추가적인 재정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제도를 확장한 것에 불과하다. 예컨대 고용보험 미적용자에게도 출산지원금을 제공하고, 배우자 유급 출산휴가를 10일로 확대하고, 8세 이하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임금 삭감없이 하루 1시간씩 근로시간을 단축하며, 한부모 가정에 대한 양육비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러한 저출산 대책은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있다. “여성들이 일하는 것만 좋아서 결혼도 안하고, 저만 생각해서 애를 안 낳으려는 게” 문제라고 쉽게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급격한 저출산 현상은 여성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다. 취업난과 주택난, 높은 사교육비,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와도 연관이 있는 복합적인 문제다. 무엇보다 가정과 사회 곳곳에 성평등 문화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것이 저출산 문제의 본질이다. 연애도 결혼도 쉽지 않은 현실에서 비혼과 만혼이 늘어나고 있으니 저출산은 당연하다.
불안한 고용 상태에, 일하러 가면서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는 형편이라면, 아이를 낳을 수 없을 것이다.
이에 스웨덴 모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은 복지 인프라에 기반을 두고 기본적으로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출산율 증가는 여성 고용률과 긍정의 상관관계가 있다. OECD 국가중에서 여성 고용률 1위인 스웨덴의 출산율은 1.91명이다. 이는 국가, 사회, 기업의 여성노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된 결과다. 결국 여성이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부부가 공동육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어야만, 아이들을 낳는 합리적 선택으로 귀결될 것이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김지영 씨는 “이렇게 미안하기만 할 아이를, 키우지도 못할 아이를 왜 낳으려고 하고 있을까” 고민하며 한숨을 쉰다. 이는 소설속의 상황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이 당면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다. 오는 10월에 발표 예정이라는 ‘제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 재구조화 방안’에 혁명적인 발상과 접근이 담기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