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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도지사 그리고 성인지

등록일 2018-07-09 21:00 게재일 2018-0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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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박은주포항여성회장
▲ 금박은주포항여성회장

얼마 전 교도소 재소자를 대상으로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실시했다.

교육을 시작하면서 ‘성인지가 뭘까요? 라는 질문을 했더니 한 재소자가 “성인들이 보는 잡지?” 라고 대답을 했다. 이런 답변은 교도소뿐만 아니다. 지난해 모 정당 대선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후보에게 성인지에 대해 질문을 했더니,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했다. 그랬더니 그 다음날 한 신문사에서 “○○○후보는 성인잡지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보도했다. 정치인, 기자들 모두 몰성적인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성인지(性認知)는 ‘오랜 관습으로 잘못된 남성중심 문화를 제대로 인식해 올바른 성인식을 가지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젠더 감수성, 성차별에 대한 민감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좀 더 쉬운 예를 들면 농기계가 표준 남성의 체형을 기준으로 하다 보면, 여성 농업인들이 사용하기 어렵다. 신약 개발 시 임상 실험에서 남성의 비율이 높으면, 신체적 차이가 있는 여성에게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성별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젠더 감수성이 결핍된 것이다.

그렇다면 성인지적 관점을 도입한 사례를 본다면, 남녀의 훈장 크기가 달랐던 것을 같은 크기로 만든 경우, 국방부에서 육아휴직을 남성군인에겐 1년 이내, 여성군인에겐 3년 이내로 둔 것을 성별구분 없이 ‘자녀 1명당 3년 이내’로 개정한 것, 여성문화회관이 남성의 참여를 제한하기 때문에 이름을 변경한 경우도 있고, 남성 수강생을 위한 야간강좌 개설이나 남성 수강생 할당제를 도입한 사례가 예가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성인지 사례를 언급한 이유는 바로 지금부터다. 지난 토요일 서울 혜화역에 ‘불법 촬영,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3차 집회’가 열렸는데, 무려 6만 명의 여성들이 모였다고 한다. 이번 집회에선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표방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문제가 됐다.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들이 주장하는 편파 수사는 없다고 규정하면서 여성들의 원한이나 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들이 전설의 고향에 출연하는 귀신은 아니지 않는가? 단순히 여성들의 원과 한을 품고 6만 명이 집회에 참여한 것이 아니다. 왜 여성들이 편파수사라 하는 지, 왜 여성들은 불법 촬영에 대한 일상적인 공포를 느끼는 사회에서 살아야만 하는 지 그 입장이 되어 생각해주시길 당부드린다.

또 한분 더 계신다. 얼마 전 이철우 신임 경북도지사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은 이기적이며, 새마을운동처럼 국민들의 정신운동을 실시하겠다”며 저출산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결혼을 하지 않은 이기적 개인의 문제로만 본다면, 결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높은 집값과 물가, 불안정한 고용시장, 청년 실업”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청춘, 결혼을 해도 아이를 출산하지 않은 청춘들의 삶은 현재 진행형이다. 결혼을 단지 이기적, 이타적으로 분류하는 것은 도민들의 삶의 고민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하다보면, 여전히 어려워하는 걸 알 수 있다. 공무원뿐만 아니라 우리는 한 번도 성인지에 대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아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대통령뿐만 아니라 지자체장까지도 성차별적 발언을 하면서 그것이 왜 문제인지, 그것이 왜 지금에 와서 문제가 되는지 인지를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2015년부터 전국 광역 시도 가운데 성평등 지수 최하위를 기록하는 경북도의 성인지 향상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이고 해결해야 할 숙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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