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 교육부 장관이 누구시지? 교육부 장관이 있기는 하시나? 하마터면 실종 신고할 뻔 했다.”
어느 지인의 촌철살인(寸鐵殺人)에 잠시 흩어졌던 모임 자리의 분위기가 교육 이야기로 모아졌다. “대입, 앞으로 어떻게 되노?” 중학교 자녀를 둔 회원이 퉁명스럽게 한 마디 던졌다. “장관이라는 사람이 앞장서서 교육을 흔들고 있으니 나라 교육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돈이라도 있으면 애들을 위해서 이민이라도 가고 싶다.” 이민이라는 말에 여기저기서 공감의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일제히 현 정부의 즉흥적인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적폐를 없앨 것이 아니라 교육부를 없애야 되는 게 아는지 모르겠다.” 말들이 심상치가 않았다. 뭔가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필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인 것같다. 선거에 이겼다고 또 얼마나 더 기고만장해서 설칠지! 다른 건 몰라도 교육 정책만큼은 즉흥적으로 안 바꿨으면 좋겠다. 교육이 장난도 아니고 교육조차 자기들 이념대로 바꾸려고 하니! 긍긍업업(兢兢業業·늘 조심하여 공경하고 삼가다)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리고 높이 올라갈수록 떨어지는 것은 정말 한 순간인데, 청와대도 정부도 벌써 옛날을 잊은 것같다.”
“남북(南北) 관계는 좋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남남(南南) 관계는 말 그대로 남남이 된 것같다.” “남남이면 다행이지 내가 보기엔 원수가 따로 없다. 남남 간의 갈등을 자신들의 선거 승리 도구로 이용하고 있으니 망조도 이런 망조가 어디 있나?” “희망 없는 정치 이야기 그만하고, 뭐 재미난 이야기 없나? 이 선생, 새 교육감께서 지원 좀 해 주신다고 하더나?”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필자는 하지 못했다. 대신 교육감 당선인의 당선 현수막 문구를 책 읽듯이 말 해줬다. “부모님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책임지겠습니다.” “부모의 마음을 안다면 대안학교도 곧 지원 해주겠네. 지원되면 바로 이야기해라. 내가 교육감 잘 하신다고 오만 데 이야기할 테니까.” “저도 꼭 그렇게 되리라 믿습니다.”라고는 말했지만 필자는 여전히 자신이 없었다. 왜냐하면 지난 주 금요일 산자연중학교 교실 완공 기념식에는 교육청 관계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을 필자는 똑똑히 기억하기 때문이다.
교육청 사람들 대신 산자연중학교 교실 완공 기념식에는 마을 주민들이 가득 자리를 했다. 일반 학교와 다른 것은 하객뿐이 아니었다. 축사하는 사람도 달랐다. 교육청만 제외하고 정관계 인사들도 많이 참석했지만, 축사를 한 사람은 바로 마을 주민이었다.
축사하는 사람을 소개했을 때 장내는 잠시 술렁거렸다. 하지만 “축사를 해 주시는 조희맹 선생님은 마을 주민으로 매주 목요일 아침 조회 시간에 학생들에게 인성 수업을 해주시는 마을 인성 전담 교사이십니다.”라는 필자의 안내에 장내는 더 크게 술렁였다. 그리고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혹시나 교육청 관계자가 축사 내용을 궁금해 할까봐 요약해서 전한다.
“우리 마을의 얼굴인 산자연중학교 교실 신증축 공사가 무사히 완공되어 더욱 아름다운 학교로 변모됐기에 우리 마을 주민 모두와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중략) 이 아름다운 학교에서 각자의 재능을 키워가는 학생 여러분!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공부하시기 바라며 아울러 여러 선생님들께서도 아이들이 참되고 훌륭한 인재가 되도록 지도하시는데 노고를 아끼지 말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마을 주민들도 이 학교가 더 나은 학습장이 되도록 미력이나마 함께 할 것입니다.”
축사가 끝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필자 또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로 유명한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보다 더 크게 감명을 받았다. 만약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