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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해와 교육 공약(空約)

등록일 2018-06-07 21:09 게재일 2018-06-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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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신문을 보고 어린 학생들이 대단한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조금이지만 돕고 싶습니다.”

2월 몹시 추운 어느 날 필자가 받은 전화이다. “학생들처럼 몽골 사막화 현장에 가서 직접 나무를 심을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해외이동수업은 5월에 있을 예정인데 보내주신 응원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산자연중학교를 알고부터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정부지원이 없어 매우 어렵다는 것도 잘 압니다. 교육다운 교육을 하는 학교에 왜 지원을 안 해주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을 위해 힘 잃지 마세요. 그럼 5월에 다시 전화 드리겠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먹먹해졌다. 정말 그동안의 서러움에 대한 모든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경북교육청의 대안학교에 대한 태도는 차별을 넘어 무시에 가깝다. 평상시에는 학교로 인정을 안 해주다가 꼭 국가적으로 어떤 일만 터지면 닦달이다. 최근 어느 침대 회사의 라돈 침대가 문제가 된 후 전혀 본교에 관심이 없던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건 사람은 ‘왜 라돈 측정을 하지 않았느냐’고 교육부까지 들먹이며 매몰차게 몰아붙였다.

필자는 하도 어이가 없어 ‘언제부터 교육청에서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의 건강에 관심이 있었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을조차 안 되는 대안학교 선생이기에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래도 너무 분하고 답답하여 “그럼 대안학교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면 되지 않습니까?”라고 이야기를 했다가 필자는 본전도 못 찾았다. 그러다 메르스가 창궐하던 때가 기억났다. 메르스가 한창 유행일 때에도 교육청은 지원은 커녕 관심조차 없었다. 그러다 재량휴업에 대한 보고가 늦어진 것에 대해서만 시비를 걸었다. 대안학교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청으로부터 오만 천대와 멸시를 받고 산지 5년째다. 교육부에서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분명 학교밖 청소년의 수는 계속 줄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일반 중학교 교육활동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안학교를 찾는 학생들의 수는 해마다 계속 늘고 있다.

답답하기만 한 이 나라 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려고 글을 시작한 게 아닌데 또 그쪽으로 흘러버렸다. 비록 답이 없는 대한민국 교육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보이는 건 그나마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산자연중학교 학생들은 최소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생각한다. 그런 덕분인지 최근에는 교육청과 정부가 아닌 개인 차원의 후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그 분들의 응원에 학생들은 힘을 얻고 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한 숲 조성 준비는 잘 되고 계시지요” 4월 말 필자는 또 한 번 깜짝 놀랐다.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필자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네,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사막화 방지를 위해 잘 심어 주세요.”

학생들과 함께 작년에 이어 몽골에서 ‘생명·사랑·나눔의 숲’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주변의 많은 도움 덕분으로 작년보다 300그루 많은 700그루의 비술나무를 심었다. 2차 숲 조성이 끝나는 순간 사막에는 학생들의 푸른 숨결을 닮은 푸른 바람이 불었다.

그런데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그 푸름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 원인은 바로 선거다. 횡단보도를 가로막고 설치된 펼침막, 소음에 가까운 선거 운동 등 대한민국은 온통 불법 선거판이었다. 그 중에 교육감 후보들의 현수막도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을 검색해 보았다. 공통점은 무상 급식, 고등학교 무상 교육 등 무상(無償)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그 어디에도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대한 지원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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