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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등록일 2018-05-09 21:20 게재일 2018-05-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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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 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그럼, 지금 넘어가 볼까요?”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남한 땅을 밟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 북쪽으로 갔다가 다시 넘어온 깜짝 상황이었다. 신록이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나란히 ‘도보다리’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던 모습 또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멀리서 온,…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갔구나.” 김정은 위원장이 평양냉면을 공수해 왔다며 던진 가벼운 농담이 정상회담의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는 서울과 평양의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정치적 거리를 좁히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화와 협상 테이블에서 ‘빵을 나누는 것’은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게 된다. 먹을 것을 나누며 담소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을 열게 되고 유대관계도 형성된다. 남북한 화합의 상징처럼 떠오른 평양냉면의 인기는 남북한 미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보여주었다.

대다수 국민들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 대한 평가도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남북정상회담 이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전보다 좋아졌다’고 응답한 사람이 65%였던 반면, 1%만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이미지는 이복형인 김정남을 죽인 포악한 독재자이자 핵무기 개발에 혈안이 된 로켓맨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이 생중계로 진행되면서 언론은 유머감각이 있는 현실적인 실용주의자로서 김정은 위원장을 평가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안보를 들먹이며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폄하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슬로건으로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를 내걸고, 북한의 ‘위장평화쇼’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심지어는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지 모르겠다”는 말로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북한은 악의 축이고, 북한과 대화를 주장하는 집단을 ‘주사파’라며 과거 논리를 되풀이하고 있다. 그들은 ‘퍼주기식’ 대북지원이 핵개발로 이어졌다는 식의 냉전 구도에 갇혀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혹은 선거의 유불리와 당리당략에 고착화되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동 협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의 평화를 제도화하려는 장기 프로젝트다.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더이상 소모적인 대결과 전쟁은 없음을 천명하는 것이자, 분단이냐 통일이냐의 양자택일 구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평화를 담보하기 위해 새 판을 짜려는 기획이다. 2000년 6·15선언, 2007년 10·4선언으로 이어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의 역사가 2018년 4·27선언을 통해 남북한이 공존하는 미래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자유한국당이 부추기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강경 기조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대와 소통을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를 믿을 수 없다고 만나지 않고 대화조차 하지 않는다면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다. 남북한 관계의 진전을 위해 초당적인 협력이 긴요하게 요청된다. 지금의 남북한 평화 무드가 신기루가 되지 않도록 야당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안보 프레임에 갇혀 북한을 압박하고 고립시키는 대북정책은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없다. 남북한 정상이 경계선을 넘어갔듯이, 여야간에 인식의 간극을 좁혀가야 한다. “남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저 멀리에 있지 않다.” 한반도의 평화로운 미래는 여야를 초월해 하나가 되는 데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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