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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춤을 추자

등록일 2018-05-08 21:24 게재일 2018-05-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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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주방송작가
▲ 김은주방송작가

불과 몇 달 전, “아이고 야야~~~이라다가 전쟁나는 거 아이가? 전쟁 나믄 우야노? 라면이라도 사놔야 되나?” 연일 보도되는 북한 관련 뉴스를 보고, 불안한 엄마는 종종 전화를 걸어 물어보시곤 하셨다. 그럴 때마다 “엄마, 괜찮다”는 막연한 말 한마디로 안심을 시켜드렸지만, 사실 괜찮다는 말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는 건 쉽지 않았다.

북한에선 미사일을 쏘아 올리고, 북미 정상이 앞다투어 핵단추가 자신들의 책상 위에 있다며 설전을 벌였던 것이 다섯 달 전이다.

전쟁 바로 앞에서 평화가 찾아왔다. 판문점에서 생중계되었던 남북 정상회담은 전 세계에 평화가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주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방송을 보는 내내 설렘과 감동이 교차했던 시간이었다.

분단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전쟁을 경험한 세대보다는 그렇지 않은 세대들이 많다. 그래서 그 전쟁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 지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동안 한반도의 분단은 정치적 이념 대립의 장으로 각축을 벌였다. 국민들은 정치적 이념 대립의 장이 되는 한반도의 분단을 무신경하게 지켜보다 결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곤 했다. 왜 통일이 필요한 지에 대한 교육보다는 북한을 적대시하는 이념 대립의 프레임으로만 봤기 때문에 이번 남북 정상회담이 생경한 분들도 분명 계실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던 바로 그날,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TV 생중계를 보던 한 50대 여성분이 불편한 심기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저 봐라, 북한에 다 퍼준다. 북한에서 뭐 준다고 하니깐 저렇게 판문점에도 오지, 안 그러면 오겠어?” 라며 목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 걸 봤다. 어디 한 명 뿐이겠는가? ‘위장 평화쇼’라며 남북정상회담을 평가절하하는 목소리는 정치권에만 있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일부 종편 채널에서는 북한의 정세가 연일 보도되었고, 진행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한반도에 곧 전쟁이 날 것 같은 선정적 보도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객관성을 담보해야 할 뉴스에 주관적 보도 태도가 영 개운찮았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고 일부 종편 채널의 샤우팅했던 뉴스 보도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역시 시대 흐름에 영민하다.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주로 다루는 방송을 보면서 분단과 위기 상황이 계속 악용되고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누가 위기를 원하고, 누가 평화를 원하는가? 생각해 볼 여지는 충분하지 않은가?

포항에서도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신북방 시대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면서 환동해 물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얼마 전 포항시 공무원과의 생방송 인터뷰에서 북한 4차 핵실험 이후 중단되었던 ‘나진- 하산 프로젝트’를 재가동할 예정이라는 계획과 함께 동해선 철도 연결에 대해 방송한 적이 있다.

무엇보다 물동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던 영일만항도 남북 경제 협력이 재개된다면 북방 물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한반도도 휴전을 넘어 종전, 그리고 평화로 가는 채비를 하고 있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기록되는 역사는 달라질 것이다.

언젠가 포항을 지나 울진, 그리고 북한을 넘어 유럽을 향하는 아시안 하이웨이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는 꿈을 그려본다. 동해바다를 바라보며 통일 기차를 타고 평양냉면을 먹을 날도 오지 않겠는가? 이제 한반도에 전쟁의 공포는 사라져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휴전 상태의 분단국가가 아닌 평화의 한반도를 물려줘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모두가 손을 잡고 평화의 춤을 함께 추는 그런 날이 꼭 올 것이라 믿는다.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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