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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온도에 가려진 교육 불신

등록일 2018-05-03 22:05 게재일 2018-05-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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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5월 온도를 색으로 나타내면 녹색일 것이다. 연한 초록색! 사람들은 이를 신록(新綠)이라고 한다. 언제부턴가 5월의 대표 수식어가 된 말, 신록! 하지만 추상적인 느낌 때문인지 필자는 이 말이 입에 감기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단어를 대신할 말을 만들 능력이 필자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자연을 볼 때마다 필자의 얕은 어휘력에 고개가 숙여질 따름이다.

녹색은 평화, 안전, 중립, 조화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 ‘마음을 편안하게 안정시키고, 온화하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초록을 좋아하는 사람은 협력과 밸런스 감각이 뛰어나며, 노력가가 많다고 한다. 특히 이들은 분쟁을 원하지 않는 성향이 강하다고 한다. 녹색이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를 종합하면, 녹색은 ‘치유(治癒)의 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5월에 대입하면 초록의 계절인 5월은 ‘치유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온다.

지난 주 우리는 휴전선의 녹음(綠陰)을 보았다. 물론 작년에도 그 전에도 휴전선 산야(山野)에는 짙은 녹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 휴전선의 초목들은 유난히 더 싱그러워 보였다. 그 싱그러움에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의 아픔이 조금은 치유되었을 것이다. 물론 필자도 언론이 선별해서 무한반복으로 내보내는 휴전선 소식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 그리고 도보다리를 걷는 두 사람이 신록에 진정으로 물들기를 기원했다. 그런데 필자에게는 초목들이 뿜어내는 싱그러운 모습보다 초목들의 울부짖음이 더 크게 들린 것은 왜일까. 그 소리의 정체는 이념이 만들어낸 전쟁 속에서 이유도 모르고 죽어간 희생자들의 원혼이 만들어 낸 통한의 절규라는 것을 필자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원혼들의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걷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필자에겐 가벼워 보이지 않았다.

정상 회담도 좋았고, 그들이 보여준 여러 가지 제스처도 볼만 했고, 더 나아가 종전(終戰) 이야기는 더 없이 반가웠지만, 최소한 이념의 전쟁 때문에 죽어간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묵념(默念) 정도는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11년만의 만남이라는 특별 잔치에 정신이 팔려 전국의 격전지(激戰地)에서 죽어간 군인들과 민간인들의 한 서린 절규를 잊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신록의 눈부신 아름다움은 그 뒤에 감춰진 처절한 피비린내를 잊지 말라는 역설의 빛인지도 모른다.

5월의 온도를 나타내는 색이 녹색이라면,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감사’이다. 기념일 중 중요하지 않은 기념일은 없다. 그런 기념일이 5월에 특히 많이 몰려 있는 이유는 꽃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꽃의 슬픔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앞 세대들의 속 깊은 배려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석가탄신일! 기념일의 이름만 들어도 5월의 무게감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초록과 감사로 대표되는 5월. 그 온도는 분명 36.5도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온도를 유지해 주는 5월! 그런데 계절 온도와 인간 사회 온도 사이에는 큰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불신 때문이며, 대표적인 분야는 정치와 교육이라는 것을 삼척동자도 안다.

청와대의 5월은 따뜻할지 몰라도, 5월 학교는 고뿔에 걸려 있다. 기어코 2022년 대입제도를 개편하려는 모양이다. 그것을 위한 공청회를 한다는 공문이 왔다. 공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4개의 권역(대전, 광주, 부산, 서울)으로 나누어 평일에 하니 학생, 학부모, 교원이 많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 나라의 교육은 분명 아직 혹한기에 있다. 그 혹한에 우리 아이들이 누렇게 말라가고 있다. 우리 교육도 빨리 초록초록 해지길 바랄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정치색 짙은 교육정책들은 제발 이제 그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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