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남북정상회담의 실무책임자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12일 비밀리에 미국을 방문, 미 NSC측과 협의하는 한편 13일에는 존 볼턴 신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한미간 긴밀한 협의채널 구축에 들어갔다. 지난달 방북 결과를 들고 미국으로 날아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미정상회담의 물꼬를 튼 지 한 달여 만이다. 정 실장은 지난 9일 취임한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과 상견례 겸 회동을 갖고, 남북·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 안보수장 간 핫라인을 조기에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정부가 대북 초강경파 진용을 꾸린 만큼 한미, 북미간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이견을 조율해 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회담의 핵심 의제를 비핵화로 삼겠다고 밝혀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 여하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는 대북 제재 완화 전에 미국과 비핵화에 합의할 이유가 거의 없고, 미국은 먼저 제재 완화를 할 경우 대북 압박 국면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더 어렵게 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자칫 하다가는 현재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한국에도 독이 될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분단국가인 한반도에서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남북정상회담이 꼭 필요하다. 1945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1970년대부터 남북한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1차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3월 9일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에 이은 김대중 대통령의‘베를린 선언’이후, 특사간 접촉에서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하면서 이뤄졌다. 그해 6월13일 평양 순안 공항에서 김대중·김정일 두 정상은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갖고,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제2차 정상회담은 2007년 ‘2·13 합의’ 이후 북핵문제의 진전이 가시화되면서 남북관계가 정상화된 가운데 이뤄졌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8월 28일부터 제2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개최한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준비 기간 중 북한의 수해로 인해 일정이 연기됐고,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총 300명으로 구성된 대표단과 함께 육로를 통해 북한을 방문했다.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10월4일 ‘남북관계의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을 발표했다.
남북정상회담은 불신과 반목의 남북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바꾸는데 큰 이정표를 남겼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 남북간 공동번영을 위한 경제협력 확대 및 한반도 평화증진과 공동번영의 선순환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 이후 남·북한관계는 악화일로였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과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거의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진보성향 학자들은 남북관계 악화는 그런 사건보다는 정권의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을 내렸다. 즉,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남북교류와 협력강화를 통해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강조, 남북간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사실상의 통일’이 이뤄지도록 하려했다면 보수정권인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대북강경책을 통해 북한의 굴복을 강요하는 ‘목표로서의 통일’을 고수하는 바람에 남북관계 악화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남북문제 전문가들의 분석이 어떻든 우여곡절끝에 성사된 4·27남북정상회담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매우 크다. 우선 국제사회가 바라는 것 처럼 북한 비핵화가 이뤄져 항구적인 동북아 평화가 지켜질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민족의 비원인 ‘남북이산가족 상봉정례화’가 성사돼 남과 북이 형제로서 서로 화해하고, 소통하며 통일의 그날이 올 때까지 우호관계로 지낼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이번 회담의 결과가 “아! 대한민국!”이란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오는, 감동의 회담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