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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청와대 국민청원

등록일 2018-03-30 21:40 게재일 2018-0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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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합니다. 국정 현안 관련, 국민들 다수의 목소리가 모여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추천한 `청원`에 대해서는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답하겠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http://www.president.go.kr/)의 국민소통광장 아래 `국민청원 및 제안`에 들어가면 떠오르는 안내문이다. 바로 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르는 국민들의 관심사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이 코너에 몰리는 국민청원들이 청와대가 처리하기 어려운 내용이거나 삼권분립의 원칙을 벗어나는 경우가 많아 답변해야하는 청와대 참모들이 골머리를 앓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21일 “답변하기 부적절한 성격의 문제가 많이 올라온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정혜승 뉴미디어 비서관도 같은 날 청와대 라이브 방송에서 “청와대가 해결사는 아니다. 모든 문제를 풀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정 비서관은 “다만 이 과정에서 정부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하고 소통하는 게 저희의 책무”라고 소신을 밝혔다. 어쨌든 정부의 책임있는 당국자가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 또는 공분하는 현안에 대해 답변을 내놓는 채널 자체가 전무했던 현실에서 새로운 시도로서 매우 흥미롭다. 벌써 17개의 청원에 대한 정부의 공식답변이 나온 지금, 이들 청원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 정부가 현안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고민을 갖고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읽을 수 있다. 국가의 권력이나 행정이 어떻게 말초신경인 기초단계까지 전달돼 내려가는 지도 엿볼 수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지난 23일 김형연 법무비서관이 청와대 라이브 방송에서 내놓은 `일베 사이트 폐쇄` 청원에 대한 답변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문 정부의 기조와 다른 답변이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김 비서관은 이날 답변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동안 불법유해정보 신고 내용을 중심으로 일베에 게시글 삭제 등을 요구해왔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협의해 차별, 비하 사이트에 대한 전반적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문제가 심각한 사이트는 청소년 접근이 제한되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일베 사이트 폐쇄가 가능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내놨다. 김 비서관은 이어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이지만 헌법에도 명시됐듯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갖는 동시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 뒤,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험담글을 올린 일베 회원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한 대법원 확정판결 등을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자율규제를 존중하는 동시에 허위 정보나 명예훼손 표현 등 불법정보에 대하여는 무관용의 원칙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또 국민청원 코너에서 20만명 이상 추천을 받아 답변 대기중인 6개 청원 역시 보수나 진보를 가릴 것 없이 많은 국민들이 공분하거나 공감하는 주제들로 빼곡하다. 경제민주화문제, 연극인 이윤택씨의 상습성폭행, 성폭력 피의사실에 대한 진상규명과 조사 촉구, 정부 개헌안 지지, 고 장자연 죽음의 진상규명, 미혼모 위한 앤드런 방지법 청원, 단역배우 자매 자살사건 재조사 등이 바로 그런 주제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관심과 여론몰이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닌 듯 하다. 인민재판장화되고 있고, 적절치 못한 요구와 답변으로 삼권분립을 위협하거나, 일부 유명인은 `집단린치`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칼은 요리를 할 때는 훌륭한 도구지만 잘못 다루면 자신이 다칠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해치는 데 쓰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보자. SNS도 마찬가지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부작용은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는 보완조치를 거쳐 `21세기의 신문고`로 자리잡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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