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강남 재건축 시장에 대해 작심한 듯 규제를 쏟아 냈다. 이른 바 `4중 족쇄`라는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보유세 인상, 재건축 안전진단 강화 등이 포함돼 있다. 노무현 정권 5년간 차례로 발표했던 강남 규제책들을 한꺼번에 내 놓은 모습이다. 그럼에도 강남 집값은 버티고 있다. 이런 결과는 노무현 정권 때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원인은 다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급등했다. 그 당시 한국의 베이비 부머(baby boomer)세대인 1970년께 태어난 사람들의 나이가 30대 중반이었다. 즉 주택수요가 한참 올라오던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가 먹힐 리 없다.
오히려 부동산 보유세를 견딜 수 없었던 중산층들만 집을 팔았다. 부유층은 이런 매물을 받아 가격을 올리며 그들만의 리그(league)를 즐겼다. 결국 상황 파악을 못한 규제 때문에 중산층들은 부유층에게 재산을 뺏긴 꼴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베이비 부머들의 나이가 47세를 넘어 갔으니 한국도 구조적으로 주택 수요가 떨어지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그렇다면 규제를 통해 강남 집값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결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그 이유는 첫째, 한국의 기업이나 부유층은 “정권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버티면 된다는 이야기다. 박근혜 정권이 기업들에게 쓸데없이 현금을 갖고 있지 말고, 주주나 종업원들에게 나누어주라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발표했을 때도 기업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결국 그들의 판단이 맞지 않았는가? 특히 현 정권은 부유층이나 대기업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아 보인다. 과거에는 정부가 그들에게 이권이라도 주니 말을 좀 들었지만 이제는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웬 참견이냐”는 식이다.
둘째, 트럼프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는 인플레를 의도적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얼마나 큰 인플레를 만들지 모른다. 문제는 이제부터 인플레 한 단위를 지불해서 얻는 성장이 생각보다 낮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실질수익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 만큼 자산가격에 거품이 생긴다. 또 이러한 인플레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투자자들은 채권에서 주식,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한다. 가장 확실하게 인플레 위험을 커버하려면 주식 중에서도 성장주를, 부동산 가운데서는 확실한 이동 인구가 보장되는 핵심지역을 선택해야 한다. 그래서 강남불패는 아직 이어지고 있다.
한편 포항은 굳이 규제를 하지 않아도 집값은 떨어질 것이다. 인구구조에서 오는 주택수요 위축 문제가 지방부터 나타나기 때문이다. 포항시민에게는 이것도 섭섭한데 지진까지 당하며 집값이 폭락했다.
아무리 지진이 천재지변이라고 하지만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보며 우리나라의 복지가 아직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놀랐다. 선량한 국민들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가? 속수무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리고 최근 지질관련 전문가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는 포항 지진의 주원인이 포항지열발전소라고 주장했다. 지진의 원인은 단층이 찢어지는 현상인데 지열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분명히 단층이 존재하고, 그 곳에 구멍을 내서 강한 수압을 가했으니 단층이 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포항지열발전소 컨소시엄은 연대책임을 지든, 부실한 리서치를 제공한 측이 책임을 지든 해야 할 것이다. 주택의 파손, 그리고 주택가격의 하락에 대해서 말이다. 포항시는 시민을 대표해서 이 부분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지진이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라면 지열발전소를 어떻게 수습할지 해법을 내 놓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포항의 집값은 정상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