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마케팅의 시대다. 마케팅은 원래 기업에서 주로 하던 활동이었으나 근래에는 지자체나 공공기관으로 확대됐다. 학교도 마케팅을 잘 해야 살아남는다는 말이 생길 정도다.
1990년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마케팅은 지자체의 사활이 걸린 매우 중요한 영역이 됐다. 그 지역에서 생산한 상품이 잘 팔려야, 그리고 관광객을 많이 유치해야 주민들의 소득이 향상되고, 살기 좋은 고장이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각 지자체는 지역을 알리는 데 힘쓰는 한편, 그 지역에서 생산하는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공동 브랜드를 만들기도 하고, 관광자원을 개발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포항의 경우 연오랑·세오녀 설화를 활용한 일월신제, 연오랑·세오녀 선발대회 같은 행사나 연오랑·세오녀 테마파크 조성 같은 것도 일종의 특화된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 포항시가 만든 `영일만친구`라는 농수산물 공동 브랜드도 마케팅의 일환이며, 해맞이축제나 불빛축제 같은 축제행사도 따지고 보면 마케팅 전략이다.
그러나 포항시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호랑이를 활용한 마케팅이다. 포항에는 `호랑이 꼬리` 상징의 호미곶이 있다. 한반도의 지형이 만주를 향해 포효하고 있는 호랑이 형상이라면, 동해로 돌출한 구룡포·호미곶 일대는 호랑이의 꼬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홍보물에 한반도 지도를 호랑이 형상으로 그린 근역강산맹호기상도(槿域江山猛虎氣像圖)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뿐이다. 더 이상의 진전이 없다. 호미(虎尾)라고 해서 호랑이 꼬리만 강조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호랑이를 활용하여 지역을 알리고 관광상품을 개발하려는 노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마케팅이 따라야 한다.
지역 마케팅은 일종의 이미지 싸움이다. 그러기에 요즘 각 지자체는 지역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이미지 개발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고, 특정 이미지 선점을 위해 별의별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영천시는 보현산에 천문대가 있다고 해서 별빛촌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쓰고 있다. 기발한 근거를 들이대며 고전소설의 주인공 심청의 고향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홍길동의 출생지도 창작하다시피 하여 관광자원화하는 고장도 있다.
호랑이를 활용하는 곳도 이미 생겼다. 상주시는 지역의 특산물인 곶감을 홍보하기 위해 전래동화 `곶감과 호랑이` 속에 나오는 호랑이를 캐릭터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고, 울산시는 최근에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져 있는 조그마한 호랑이 그림에 착안해 호랑이 생태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호미곶이라는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포항시의 경우를 보면 안타깝다. 이렇게 미적미적하는 사이 타 지역에 호랑이 이미지를 뺏기고 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관광객을 안내하고 포항을 홍보하는 일을 하는 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가 나섰을까?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혜욱 씨는 최근에 포항시 지도를 면밀히 관찰해 포항의 지형이 호랑이 형상이며, 호미곶이야말로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이를 캐릭터로 만들어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등록했다. 이 캐릭터를 보면 한반도 지도가 아니더라도 포항의 지도만으로도 포항은 호랑이 모습이고, 호미곶은 확실히 호랑이 꼬리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김 해설사는 호미곶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이곳이 호랑이 꼬리라는 사실을 각인시킬 수 있는 조형물을 만들고, 호랑이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편, 호랑이 관련 기념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날이 오기를 소망한다.
우리에게 친근한 호랑이를 활용한 마케팅은 매력이 있다. 호랑이 마케팅으로 포항이 뜨는 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