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2·28민주운동과 3·1운동

등록일 2018-03-02 20:53 게재일 2018-03-02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br /><br />서울취재본부장
▲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는 처음 열린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직접 참석해 2·28정신을 기렸다.

이날 대구 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2·28기념식은 이색적이었다. 2·28을 기념하는 뮤지컬을 공연하는 배우들이 사회자 역할을 하며,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국민의례와 결의문 낭독 등 기념식순을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기념식 도중 2·28주역으로 분한 뮤지컬 배우인 남경읍과 하성민의 대사 몇 토막이 가슴을 울렸다. 배우 남경읍이 “그나저나 봄날이 오면 그날의 모든 기억들이 나네. 내일이면 벌써 3월인데 쌀쌀한게 꽃봉오리가 얼까 걱정이네” 라고 하자 배우 하성민은 “원래 꽃이라는게 한번 추워야 그 색도 진해지고 향도 진해지는거야” 라고 답했다. 그런 후 남경읍은 “난 말이야. 저 꽃봉오리가 꽃을 잘 피웠으면 좋겠는데. 혹시 자네도 그런가. 봄바람이 불면 그날의 함성 소리가 쟁쟁하게 들린다네” 라며 2·28민주운동 당시 불렀던 가요 `유정천리`를 개사한 노래를 불렀다.

진지한 표정으로 약식 뮤지컬을 지켜보던 문 대통령의 기념사는 그동안 홀대받았던 2·28민주운동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감회어린 격려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대구의 자랑스러운 2·28 민주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처음 치러지는 기념식을 축하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정치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행세했던 시절이 있었다”면서 “58년 전의 오늘도 그런 시절 중의 하루였다”고 회고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바로 이곳 대구에서 용기 있는 외침이 시작되었다”면서 “그 외침이 오랫동안 온 나라를 가두고 있던 체념과 침묵을 깼다”고 격려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2·28민주운동을 `광복 이후 최초의 학생민주화운동`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중형구형이 내려진 바로 다음 날의 일이었다. 그 다음날인 3월1일, 문 대통령은 온 겨레가 `대한독립 만세`를 목놓아 외침으로써 일제치하에서의 독립을 만천하에 주장한 3·1운동을 이렇게 기념했다. “3·1운동의 가장 큰 성과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립이었다. 3·1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다.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되었다. 왕정과 식민지를 뛰어넘어 우리 선조들이 민주공화국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이 바로 3·1운동이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으로 만든 것이 바로 3·1운동”이라며 “대한민국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아니라 대한민국이란 국호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주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 라고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역사적 시간으로는 40여년의 간격을 둔 2·28민주운동과 3·1운동을 모두 `촛불정신`으로 묶어 설명했다. 2·28민주운동은 국민이 권력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다시 증명한 또 하나의 촛불혁명이었다고 했다. 그로부터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숭고한 여정을 시작했고, 6월 민주항쟁으로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냈으며, 마침내 촛불혁명으로 더 큰 민주주의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3·1운동 역시 촛불혁명의 정신을 담고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겨울 우리는, 1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3·1운동으로 시작된 국민주권의 역사를 되살려냈다”면서 “1천700만 개의 촛불이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이 역사를 펼쳐보였다”고 말했다. 촛불혁명 당시 어둠을 밝혔던 하나하나의 빛은 국민 한 명 한 명이 대한민국의 주권자임을 또 다시 선언했다면서 그로 인해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 독립운동을 이끈 토마스 제퍼슨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했다. 그 말이 유독 아프게 와닿는 3월이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