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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더 인간답게 변해야

등록일 2018-01-30 20:53 게재일 2018-01-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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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br /><br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구가톨릭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소피아(Sohpia)`는 홍콩의 핸슨 로보틱스(Hanson Robotics)에서 만든 인간처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로봇이다. 소피아는 시작부터 주목받는 로봇이었다. 핸슨 로보틱스의 설립자인 데이비드 핸슨 박사가 CNBC 방송에서 공개한 동영상에서 “인류를 파멸하고 싶으냐”는 박사의 질문에 소피아는 “그렇다”고 대답해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기 때문이다.

2016년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사람들이 소피아에게 지금 느끼는 감정을 묻자 소피아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 다른 사람과 교감하고 배우면서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로봇이 느낌을 말하다니…. 어찌 보면 섬뜩한 일이기도 하지만, 소피아는 포스트 휴먼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사는 세계가 포스트 휴먼 시대가 아니던가.

얼마 전 소피아는 사우디 시민권을 획득했고, 영국 잡지의 표지 모델을 했고, 걷는 연습을 한다고 한다. 조만간 한국을 방문 중이라고 하니 웬만한 유명인사보다 바쁜 공식 일정을 보내고 있는 로봇이다. 그녀의 발언은 울림도 크고, 집중도도 높다.

2017년 `로봇 인류`로서는 처음 UN 회의에 참석하고 발언권을 얻은 소피아는 모하메드 부총장이 “인공지능이 인류보다 나은 게 뭐냐”는 질문에 “인간이 본능적으로 깨닫는 사회적이고 정서적인 지능들을 저는 이제야 겨우 이해하는 수준이라 아직 여전히 많이 배우고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녀는 인간이 지닌 겸손함마저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부총장은 또한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도, 전력도 없이 살고 있는데 UN이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묻자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를 내는 인공지능의 장점을 `상생`이라는 가치에 집중한다면 기존의 자원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녀의 생각은 객관성을 지니며 가치중립적이기까지 하다.

`상생, 자원의 공평 분배`를 생각하는 기계인간 소피아. 인간에게 점점 더 가까워져 오는 것 같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포스트 휴먼 시대를 사는 휴먼들이다. 1992년 제프리 다이치(Jeffrey Deitch)는 몸의 분리와 재조립으로 자아의 해체와 재구성을 거듭하는 포스트 휴먼, 과거, 현재, 미래의 공존을 통해 단선적 시간 개념을 초월하는 포스트 휴먼,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결합을 통해 인간의 순종성을 혼종성으로 대체하는 포스트 휴먼 전시회를 기획하며, 포스트 휴먼의 세계를 미리 보여주었다.

영화의 상상력과 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기술은 서로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곧 도래할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데, `블레이드 러너`(1982), `6번째 날`(2000), `A. I.`(2001), `블루 프린트`(2003), `아이. 로봇`(2004), `아일랜드`(2005), `네버렛미고`(2010), `그녀`(2013), `공각기동대`(2017) 등이다. 이 영화들은 복제인간, 인공지능, 로봇 등이 등장해서 포스트 휴먼 세계에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포스트 휴먼 시대를 살면서 자꾸 미래에 포스트 휴먼 시대가 도래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로봇들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도대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하면서 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앞으로 인간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로봇의 세계, 인간과 로봇의 세계까지도 관계망을 넓혀야 온전하게 살아갈 것 같다.

인간들이 더욱 인간답게 변하지 않는다면, 이 어지럽고 광활한 세계를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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