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이후 13일 동안 극장가 정상 … 한국형 판타지 새 장 열어
`신과 함께`는 혁신적 시도와 전통적 흥행공식을 조합해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독 안 통한다는 판타지를 전면에 내세워 볼거리를 제공한 다음 보편적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풀어낸다. 할리우드 못지 않은 특수효과는 한국영화의 기술적 진보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 특수효과로 빚은 화려한 볼거리
역대 천만 영화들은 역사적 사실이나 인물을 소재로 삼은 시대극, 현실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을 극대화한 범죄액션·재난물이 많았다. `신과 함께`처럼 온전히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지옥세계를 주무대로 한 판타지는 지금껏 시도조차 없었다. 판타지 장르 자체가 한국에선 불모지에 가까운 데다 특수효과로 배경을 채웠다가는 할리우드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진 관객에게 외면받을 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신과 함께`는 수준 높은 특수효과로 이런 선입견을 뒤집었다. 불·물·철·얼음·중력·모래 등 자연의 물성을 차용해 묘사한 일곱 가지 지옥은 관객에게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대부분 장면의 배경이 특수효과로 구현됐다. 배우들의 연기와 특수효과가 엇박자를 내는 장면도 일부 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저승 입구인 초군문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사후세계의 압도적 스펙터클만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다.
김용화 감독은 전작 `미스터 고`에서 롤랜드 고릴라를 잠실야구장 타석에 세웠다가 흥행에 참패하고서도 특수효과 한길을 팠다. 그가 대표로 있는 덱스터스튜디오는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에 있어서 아시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다. 김 감독은 최근 할리우드 슈퍼히어로물 `프로디걸`의 연출자로 낙점돼 한국형 판타지의 역사를 계속 쓸 태세다.
◇ 최루성 신파에 담은 보편적 메시지
특수효과로 빚어낸 지옥도가 관객에게 색다른 경험이라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감동을 자아내는 방식은 쉽고 익숙하다. 소방관으로 평생 남의 생명을 구하다 저승에 간 주인공도 돌아보면 죄가 많다는 이야기에 `착하게 살자`는 단순한 메시지를 담았다. 말 못하는 어머니를 등장시켜 효도라는 화두도 던진다. 지옥 경험은 관객 모두 처음이지만, 삶과 죽음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주제다.
이런 메시지를 실어나르는 도구는 한국영화의 안전한 흥행공식인 최루성 신파다. 취향에 따라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을 강요하는 듯한 느낌도 있다. 그러나 평단의 비판과 별개로 관객의 눈물을 훔치는 데는 대체로 성공했다는 평가다. 극장 안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고 `손수건 꼭 챙겨가라`, `나도 울고 엄마도 울었다`는 관람평이 나온다.
오동진 평론가는 “`잘못하면 벌 받는다, 착하게 살라`는 이야기를 모든 사람이 알기 쉽게 하고 있다. 가족이 파괴되고 해체되는 상황에서 단순한 선의 논리가 통한것”이라며 “주제가 선명하고 착한 데다 한국 관객이 가장 좋아하는 모성애를 테마로한 신파를 담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CGV리서치센터가 연말 한국영화 `빅3`의 개봉일부터 첫 주말까지 관람 형태를 분석한 결과 3명 이상 함께 관람한 비율은 `신과 함께`가 30.3%로 가장 높았다. `1987`은 26.0%, `강철비`는 21.6%였다.
세대를 불문하고 폭넓게 공감할 보편성이 연말 가족단위 관객을 대거 영화관으로 끌어들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여성 관객이 61.9%로 다른 두 편(`1987` 60.0%, `강철비` 54.7%)에 비해 많은 점도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