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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확장법 232조 파장 피하기 위한 `꼼수`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7-12-28 20:58 게재일 2017-12-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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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철강업계와 미국 수출물량 조절 긴급 협의, 왜?<BR>지난 8월 간담회땐 손 놓고 있다가 뒷북 조치<BR>산자부에 질질 끌려간 철강협회 태도도 문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1일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들과`철강 수입규제 민관 합동 워크숍`<본보 27일자 11면 보도>을 가졌다.

내년 1월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열린 긴급 대책회의인만큼 철강업계의 기대감도 컸었다. 하지만 막상 회의내용 결과를 듣고보니 실망감이 더 컸다. 주된 내용이 내년도 미국으로의 철강재 수출을 줄여보자는 것이었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무역확장법 232조 파장을 막기 위한 임시방편의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미국은 올 상반기 과도한 철강 수입을 규제하고자 무역확장법 232조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특정 수입제품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질때 수입을 전면 제한할 수 있는 강력한 무역 제재 조치다.

지난 5월 미국에서는 한국산 철강재가 주 타깃이 돼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가 진행돼 왔다. 업계와 언론에서는 누차 이 조치가 향후 대(對)미국 철강재 수출의 향방을 결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사안임을 강조해 왔는데도 후속조치를 소홀히 해 온 것이다.

심지어 지난 8월말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 하에 열린 철강업계 간담회에서도 형식적인 논의만 오갔을 뿐 무역확장법 232조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그러다가 발표 시점 한달도 채 남지않은 상황에서 산자부가 갑자기 철강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긴급 대책회의를 연 까닭은 무엇일까.

산자부가 이 문제를 정말로 심각하게 받아들였다면 지난 8월말 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등 국내 철강업체 수장들이 모인자리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어야 했다. 수장이 아닌 실무자들이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수장들이 제시한 해결책을 백운규 장관이 듣고 그 당시에 처방책을 내놓아야 이치에 맞는 말이다. 그렇게해서 3개월 정도만이라도 수출량을 줄였다면 미국이 어느 정도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철강업계를 대변해야할 철강협회의 태도도 문제다. 산자부가 하자는대로 따라갈 뿐 업계의 목소리를 정부 측에 제대로 한번 전달한 적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강관업체들이 미국의 반덤핑 과세 폭탄에 맞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까지 하면서 발버둥치고 있을 때도 협회는 업계의 목소리를 들은 척 만척 했다.

앞으로 20여일 후에는 3조2천억원에 달하는 미국수출 시장의 명암이 결정된다. 만약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그동안 안일하게 대처해 온 산자부는 물론 철강협회도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명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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