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중기·소상공인 등<BR>새해 앞두고 깊은 시름<BR>생존 위한 자구책 골몰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시급 7천530원으로 인상됨에 따라 지역 중소기업들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은 올해 최저 시간당 6천470원보다 16.4% 오른 금액이다. 17년 만에 최대 인상 폭이다. 게다가 3년 뒤인 2020년부터 근로시간까지 현재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충격은 공장이나 업체를 가동하고도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나 있을지를 걱정하며 나름의 대책을 강구중이다.
□ 자동화 설비로 인력 감축...노동단체 반발 우려 `쉬쉬`
구미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는 A(52)씨는 최근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25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는 이 공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보전을 받을 수 있음에도 수억원을 들여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정부가 `일자리 안정기금`제도로 내년 2월 1일부터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의 임금을 지원해 준다고는 하지만, 3년 후 근로시간까지 단축되면, 최소 7~10명의 근로자가 더 필요한데 그렇게 되면 근로자 지원금도 받지 못하고, 결국 임금 부담으로 공장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일자리 안정기금은 30인 미만 고용 사업주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편법`을 시도중인 셈이다.
A씨는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것도 근로자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자동화 설비가 곧 인력 감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A씨는 “자동화 설비를 한꺼번에 구축하면 설비 비용도 저렴하고, 인원도 그 만큼 감축할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눈치가 보여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있다”며 “정부가 말로는 중소기업을 살리겠다고 하지만, 결국에는 중소기업들의 목을 죄고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 차라리 해외로 이전하겠다
구미공단의 열처리업체 B사는 최근 공장을 동남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B사의 근로자 70%가 외국인 근로자이다. 국내 근로자들이 꺼리는 3D(더럽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업종이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임금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B사 관계자는 “지금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주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하는 구조인데, 임금 상승에 근로자 확보 어려움까지 더해 진다면 굳이 국내에서 업체를 운영할 이유가 없다”면서 “동남아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근로자를 구하기도 쉽고, 인건비도 저렴하기 때문으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해외 이전을 고민하는 중소기업들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집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들이 올 들어 9월까지 해외에 투자한 금액은 56억2천455만달러(약 6조1천25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늘어났다. 또 해외 법인 설립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4% 증가한 1천379개로, 어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고용난과 저렴한 인건비 등의 이유로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 소상공인들은 가족 체제로
구미에서 편의점을 4개나 운영하던 C(37)씨는 최근 업종을 편의점에서 무인 인형뽑기방으로 변경했다.
이유는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수익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인형뽑기방으로 바꾸고, 부인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같이 일하기로 한 것. C씨는 “편의점 한 곳에서 점포세와 아르바이트 비용 등을 제외하고 한 달에 50만~60만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내년에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수익이 40만원대에도 미치지 못 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무인 가게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아내가 운영하는 제과점도 내년 어려움이 예상돼 차라리 내가 알바생 대신 일을 하기로 했다”며 “우리 같은 소상공인들은 임금 상승에 따른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김락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