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로 우리 사회에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에 갇힌 인신공격, 칭찬이 범람한다. 정치선동이 쌓아온 적개심이라는 갈등유발의 악성 촉매들이 세상을 삭막하게 만들고 있다. 도무지 이성적인 견해는 먹히지 않고, 이념의 잣대로 상대방 떠보는 일에만 열중이다. 온전한 사상도 아닌 염치없는 `편먹기` 근성이 인간다움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2월 17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인터넷에는 한정석 영장전담판사를 향해 “정의를 실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판사님만이 대한민국 희망입니다” 등등의 글들이 도배됐다. 그런데 지난 11일 김재철 전 MBC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이를 담당한 강부영 판사를 대놓고 비난하는 글들이 넘쳐났다.
22일 오후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구속적부심에서 석방 결정을 내려지자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신광렬 재판장에 대한 신상털이가 시작됐다. `적폐 부역자 하나 추가` `역사책에 적폐 표본으로 (이름) 석 자 새겨야` `길에서 누구한테 터졌으면` 같은 저급한 비방성 글들도 다수 올라왔다. 다음 아고라에도 `소나무 재선충 같은 존재` `적폐를 몰아내고 처단해야 한다`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문제는 정치권마저도 선동에 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신광렬 판사는 우병우 전 수석과 TK(대구·경북) 동향, 연수원 동기로 같은 성향”이라고 공격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도 페이스북에 `적폐 판사들을 향해 국민과 떼창으로 욕하고 싶다`고 썼다.
그러는 사이에 국회는 24일 비난여론을 무시하고 국회의원 사무실마다 8급 공무원의 수를 1명씩 총 300명을 늘리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올해 말부터 현행 7명에서 한 명 늘어난 8명의 별정직 공무원 보좌진을 둘 수 있게 됐다. 인턴사원 1명을 정규직으로 만든 일이라, 동일업무 근로자의 차별해소와 정부의 일자리창출 정책과 맞아떨어진다고 극구 해명하지만 염치없어 보이는 행태임에는 틀림없다.
자유한국당은 정우택 원내대표의 후임을 선출하기 위해 다음달 15일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를 치른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에 소위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치인들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한 보수언론인은 탈북한 북한병사 몸에서 발견된 기생충에 빗대어 `회충이야 구충제 몇 알이면 사라지겠지만 무너지는 보수에서 마지막 단물까지 빨아 먹겠다는 기생충 박멸은 그야말로 백약이 무효`라고 통탄한다.
`몰염치(沒廉恥) 시리즈`는 또 있다. 법무부가 특정 정치집회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은 참가자 전원에 대해 특별사면을 검토하라고 22일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단다. 법무부가 콕 집은 집회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밀양 송전탑 반대` `서울 용산 화재 참사`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 `세월호 관련` 등 5개다. `참가자 전원 사면`이라는 기준이 또 다른 형평성 위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치국가`의 담장에 마구잡이로 곡괭이질, 돌팔매질을 해대는 네티즌들의 일탈을 자제시키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부추기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의 편벽한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 정권을 잡고도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 저 지독한 성마름은 도대체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법관들의 낱낱 결정을 하나씩 찍어 이념색깔론으로 재단하여 마구발방 퍼붓는 악성 모욕, 국민정서는 아랑곳없이 눈 질끈 감고 세금으로 쓰는 사무실 직원을 늘리는 국회, 온 세상에 나라 망신을 시키고도 도무지 책임지려는 사람이 없는 비정상적인 정치패거리, 보복의 칼질을 넘어 자기네 지지자들 범법흔적 모두를 모조리 씻어주려는 편협한 권력행태 등 온당치 못한 뭇 세력들의 `몰염치 파노라마`가 나라의 미래를 시커멓게 멍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