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앙지 흥해읍 피해 속출<BR>한동대 건물벽 타일 무너지고<BR>읍내 노후 건물들 곳곳에 금<BR>5층 아파트 통째로 기울고<BR>무너진 담벼락에 차량 깔려<BR>포항역 천장도 붕괴
“쿠르르르릉, 콰광”
역대 두 번째 규모인 5.4의 지진이 발생한 15일 포항 북쪽 9㎞ 지역으로 진앙지에 해당하는 흥해읍에서는 지진의 강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지진인가 싶을 정도로 아리송했던 규모 2.2의 지진이 발생한 지 7분 뒤인 오후 2시29분, 규모 5.4의 강진이 일어나자 흥해 지역은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이 무너질 듯 흔들리기 시작했다.
도로를 달리던 일부 차들은 지진의 여파로 멈춰 서기 시작했고, 야외에 있던 행인들은 놀라 주저앉거나 넘어지지 않으려 중심을 잡기에 바빴다. 실내에 있던 시민들도 소리를 지르며 건물 밖으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진앙지로 추정되는 망천리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한동대학교에서도 건물 외벽의 타일이 무너져 내리며 학생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읍내에서도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읍내는 지어진 지 20년이 다 돼가는 노후된 저층 빌라를 비롯해 오래된 주택이 많은 지역이라 이번 지진으로 건물에 금이 간 곳은 수도 없이 많았다.
마산리에 위치한 5층 건물인 대성아파트는 E동이 통째로 기울었으며, 이 외에도 대웅빌라 등 일부 빌라 건물에서는 물이 새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이면도로 주변의 담벼락도 곳곳에서 무너져 주차된 차량 등이 피해를 입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이었다.
흥해읍 옥성리 주민 조병화(61·여)씨는 “식당에 있다가 갑자기 땅이 울리고 흔들려서 급하게 뛰쳐나왔다”며 “식당 안의 집기는 물론 벽에 고정돼 있던 온수기도 통째로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고 말했다.
포항의 관문인 포항역도 지진 피해를 피해갈 수 없었다. 천장이 붕괴하며 구조물이 떨어져 내렸고, 상수도도 피해를 입어 누수가 발생했다.
흥해 경희요양병원에서는 건물이 갈라지며 1층으로 300명에 가까운 입원 환자들이 몰리기도 했다.
특히, 계속되는 여진에 긴급하게 대피하는 차들이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인근 공터나 학교 운동장 등으로 이동하려는 차량이 몰리며 흥해를 관통하는 7번 국도를 비롯한 인근 도로의 차량흐름은 양 방향에 걸쳐 수 시간 거북이걸음과 같은 속도를 보였다.
여진에 대한 걱정으로 진앙지인 흥해읍에서는 급히 포항을 떠나려는 주민의 수도 적지 않은 모습이다.
손어영(38·흥해읍 성곡리·여)씨는 “경주 지진처럼 여진이 얼마나 지속될지 몰라 포항을 떠나 가까운 친척집으로 대피할 생각이다”며 “불안하게 계속 있는 것보다 불편하더라도 포항을 잠시 떠나 있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준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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