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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뀌는 증시 분위기

등록일 2017-09-19 20:59 게재일 2017-09-1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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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br /><br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난 수년간 펀드매니저들이 시장지수도 못 쫓아갔다. 그것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S&P500을 벤치마크로 하는 미국 액티브 펀드 매니저들 가운데 93%가 시장수익률을 하회했다. 나름 똑똑한 전문가들인데 이런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겨 준 이유는 자산간 상관관계가 높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리먼사태 이후 금융시장에서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몰랐기 때문에 자산 개별적인 요인보다 시장적 요인들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의 실적 개선 요인이 발생해도 미국 연준의장이 한마디 하면 분위기를 망쳐놓을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자산들이 이런 정책요인에 따라 한꺼번에 몰려다녔고, 이런 정책들은 전문투자자들도 맞출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미국의 펀드매니저 가운데 53%가 시장지수인 S&P500 수익률을 상회했다. 시장이 안정됐다는 이야기다. 더 이상 시스템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자산이나 종목 개별적인 요인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자산간 상관관계가 낮아졌고, 전문가들이 더 좋은 것들을 골라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이렇게 시장의 위험에 대해 덜 걱정하는 분위기는 달러약세에서도 읽을 수 있다. 돈이 미국에서 빠져 나와 유럽과 아시아로 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리먼 사태 이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기 때문에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미국 중심으로 투자했었고, 그 이외 지역은 심하게 비중축소 했었다. 이제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며 펀드매니저들도 미국 이외의 지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또한 달러약세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제를 홀로 끌고 가기 어려워졌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미국 소비가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인구 노령화로 인한 저성장이 고착화되며 돈은 미국 이외에 일 할 수 있는, 그리고 일해야 하는 지역으로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흐름이 얼마나 신뢰성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일단 한국경제에는 나쁠 것 없다.

한편 미국이 이렇게 편하게 달러를 공급할 수 있는 요인은 인플레가 예상보다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돈을 풀었는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데 대해 미국 정치인들도 당황하고 있다.

그 배경을 추정해 보자. 우선 아마존을 비롯한 신경제 기업은 노동력을 덜 소모한다. 남는 노동력이 구경제 기업으로 이동한다. 그런데 구경제는 어차피 사라질 산업이므로 자동화 등 생산성 개선을 위한 투자를 덜하게 된다. 즉 저부가 노동력이 필요한 바, 넘어온 잉여 인력을 받아줄 수 있다. 그 결과 실업률은 낮게 유지되지만 노동력의 부가가치가 떨어져 임금 인상이 미미하고, 인플레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안도 랠리 현상이 자산가격 거품의 말기적 증상이라고 주장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도 그렇게 자산간 상관관계가 낮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플로어(floor)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취해 춤을 춘다는 비유를 한다. 여기서 음악은 개별자산 관련 테마를 의미하고, 취했다는 것은 그 테마에 너무 몰입하여 시장위험이나 가격거품에 지나치게 둔감해져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최후를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인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시작 단계이므로 당장 증시를 떠날 필요는 없다.

차라리 그 동안 소외되었던 중소형주 가운데 모멘텀이 살아있는 것들에 다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대형주가 선호되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인해 만일의 사태시 탈출하기 쉬운, 즉 유동성이 좋은 주식을 선호했기 때문인데 이런 우려가 완화될수록 중소형주에 대한 디스카운트도 해소될 것이다. 지금 시장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사물인터넷 인프라, 2차전지, 일부 바이오, 인터넷 뱅크 쪽으로 관심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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