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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등 대기업 대규모 신규채용에 포항철강공단 중소업체 “딴 나라 얘기”

김명득기자
등록일 2017-09-12 21:05 게재일 2017-09-1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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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후판 등 관련 업체, 최악의 위기 상황<BR>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자산 매각 등 안간힘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신규 직원을 1천여명 채용한다고 난리지만 우리같은 중소업체는 남아있는 직원도 내보야 할 딱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지난 8일 포항철강공단에서 만난 모업체 김모(58)전무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대변해서 한 말이다.

철강업계 맏형 포스코는 연간 1천명 안팎이던 채용 규모를 1천500명으로 늘려 4년간 6천명을 채용하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현대제철과 동국제강도 각각 430명, 115명을 올해안에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지난해보다 12% 가량 늘어난 수치고, 동국제강 역시 전년 대비 3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들 빅3사의 직원수는 2015년 상반기 3만1천3명에서 올 상반기 3만621명으로 약 400명 가량 줄었다. 정부의 일자리정책에 발을 맞추기 위한 궁여지책의 조치로 보여진다.

실제로 포항철강공단내 중소업체의 경우 빅 3사의 이 같은 신규 인력 채용소식은 `그림에 떡`이나 다름없다.

오랜 철강경기 침체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자산매각, 원가절감 등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런 상황에 신규 직원 채용은 엄두도 못내는 일이다.

철강공단내 A기업의 경우 미국으로 수출하던 유정용강관이 올스톱되면서 극심한 경영난을 겪어오다 법정관리 끝에 결국 지난해 7월 공장문을 닫았다. 400여명에 달하던 직원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뿔뿔히 흩어졌다.

또 다른 B기업도 미국의 반덤핑 고관세 부과조치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빠른 시일내 타결되지 않으면 현재 남아 있는 직원 400여명도 길거리에 나 앉아야 할 딱한 처지에 놓여 있다.

한때 불경기를 모르던 철강공단 내 자동차 관련 업종 기업도 요즘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공단내 H, S업체 등 자동차 관련 업체는 사드영향으로 현대자동차가 중국에서 고전하면서 덩달아 연관 업종에까지 그 영향이 미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가동률이 15%이상 떨어졌다고 울상이다.

이밖에 조선업종과 맞물려 있는 후판가공업체는 벌써 몇년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해 오고있다. 일부 업체들은 “이제 올 때까지 왔다”며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포항철강공단 내 중소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현실성 없는 일자리 창출 정책을 내놓고 대기업을 압박하는 바람에 우리같은 중소업체들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면서 “국내 중소 철강업체를 살릴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정책이나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득기자

m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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