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여름휴가차 지난 27일부터 일본여행에 나선 필자는 도쿄에서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처하는 일본의 대응태세가 한국과는 자못 다른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북한이 지난 29일 새벽 평양 순안공항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본토를 가로질러 북태평양 해상에 설정된 목표수역을 타격하자 일본 전역에서 난리가 났다. 이날 발사된 화성-12미사일은 일본 홋카이도, 오시마 반도와 에리모갑 상공을 가로질러 북태평양 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본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지 않았던 게 분명해 보인다. 이는 필자가 일본에 도착한 다음날인 지난 28일자 요미우리 신문 부설 `The Japan News`가 `괌 겨냥은 또 다른 헛된위협`이란 제하의 5면 기사에서 북한의 괌 위협은 미국과 남한의 군사훈련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비롯됐다면서 괌포위사격의 실행 가능성은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한 기사를 실은 것만 봐도 그렇다. 요미우리신문 타츠야 후쿠모토 선임기자는 이 기사에서“미국령인 괌근처 수역에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북한의 위협 이후에 미국과 북한 사이의 긴장이 계속되고 있고, 만약 이 위협이 실행되면 미국이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갈등을 촉발하거나 보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부정될 수 없다”면서 “북한은 정말로 괌 주위에 미사일을 발사할까. 그리고 만약 그럴 경우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북한이 8월 8일 북한 국영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괌주위에 대한 포위사격을 실행하는 군사적인 계획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해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긴 했지만 실행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했다. 괌섬에는 미국의 전략무기인 B-1폭격기가 머물고 있는 앤더슨 공군기지와 핵잠수함기지가 있는 아프라항이 있고, 한반도에서 비상사태가 일어날 시에 사용될 엄청난 양의 연료와 탄약 비축창고가 있어서 자칫 미국에 무력행사의 빌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괌 주위에 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한 이유를 8월 21일에 시작한 미국과 남한의 연합군사훈련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진단했다. 북한은 그동안 미국과 남한이 군사훈련을 할 때마다 계속 위협을 해왔다. 실제로 예전 방위성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북한노동당 의장인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미국-남한 연합군사훈련”이라며 “그는 미군이 전격적으로 타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최근의 위협들은 군사훈련이 있을 때마다 그가 똑같이 반복해온 신경질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일본이 북한의 괌 포격의 실행가능성을 낮게 보자 북한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지난 29일 일본 본토 상공 너머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일본열도에 큰 충격을 줬다. 이날 NHK는 일본 홋카이도 등 12개 지역 주민들에게 즉각 피난하라고 방송하는 등 비상사태를 알려 일본 국민들을 놀라게 했고, 상황이 종료된 직후 TV에서는 하루종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속보가 잇따랐다. 아베 신조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공조대응체제를 확인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미사일 도발이 계속되면서 대응태세가 다소 느슨해진 국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새벽 발사체 보고를 받고, “강력한 대북응징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으나 군은 공군 전투기를 출격시켜 폭탄 투하훈련을 실시했을 뿐이다. 더구나 투하된 폭탄도 유도탄이 아니어서 `대북응징능력` 운운 하기는 미흡했다. 또 청와대는 지난 26일 북한에서 발사한 발사체를 처음 방사포로 추정했다가 이틀만에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정정해 대북정보 부재라는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의도적으로 도발위험을 축소하려한 것은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왔다.
국가안보와 관련한 군통수권자의 조그만 실수나 판단착오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얼마나 위험에 빠뜨리는 일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볼 때다.
<도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