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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공포

등록일 2017-08-29 20:54 게재일 2017-08-2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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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주 한동대 교수
▲ 김학주 한동대 교수

지금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기업은 아마존일 것이다. 그 순기능은 잘 알려져 있는데 역기능도 함께 알아야 증시가 보인다.

먼저 아마존의 가장 큰 순기능은 인플레를 잡아 준 것이다. 아마존이 월마트를 비롯한 쇼핑센터를 잠식해 왔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최근 스타벅스마저 아마존 때문에 못살겠다고 할 정도다. 이들 오프라인 유통망에 비해 아마존 같은 온라인 유통망은 노동력이 훨씬 덜 소모된다. 그 결과 전반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낮다. 인플레 압력 가운데 가장 큰 부담은 인건비인데 이로 인한 물가상승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물가가 낮은 상태로 유지되는 덕분에 미국 중앙은행은 시중에 계속 돈을 풀 수 있고, 투자자들이 자산가격 거품을 즐길 수 있다. 또 기업들은 풍부하고 싼 자금으로 M&A를 해서 경쟁을 완화하거나, 자사주를 매입하여 주당순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저금리는 빚이 많은 미국인들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기도 한다.

이런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먼저 사람들이 기계에 밀려 부가가치가 낮은 직업으로 몰리게 되면서 소득이 떨어진다. 또 자산가격 거품이 생기는 만큼 부의 불균형이 심화된다. 임금소득으로는 도저히 자산가격 상승세를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소비성향은 높은데 이 쪽으로 돈이 안 오니까 소비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또 자산가격이 상승하는 만큼 미래 투자수익률은 떨어진다. 그 만큼 노후를 위해 더 많이 저축해야 함을 깨닫게 되면서 소비는 더 악화된다.

그리고 지금은 아마존이 인공지능의 힘을 빌어 생산성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독점이 계속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게을러진다. 경쟁이 사라지는 순간 인간은 나태해지게 되어 있다. 이런 독점과 불균형을 조장하는 아마존 스타일의 성장이 부작용으로 인해 한계를 드러내는 순간 증시는 휘청거릴 수 있다.

최근 미국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은 트럼프가 아니라 제프 베조스(Jeff Bezos)라는 아마존의 CEO다. 그는 미래의 경쟁자인 스타트업들을 향해 “Sometimes I`ll crush you (언젠가 여러분을 뭉개버리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자산가격 거품이 생겨 소외 받는 사람들이 급증했는데 아마존처럼 독점적인 괴물이 등장하며 불균형은 극에 달했고, 사람들은 화가 나기 시작했다. 최근 인종간, 계층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데 그 저변에는 이런 불균형 심화로 인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점점 더 많은 국가에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려는 개혁가가 득세하고 있다. 그들은 부자들의 돈을 뺏을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부자가 기업이므로 기업의 이익에 도전이 될 수 있다. 세금을 깎아주겠다던 트럼프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있다.

최근 자산가격 거품론이 등장했다. 그린스펀은 채권가격 거품을 주장했지만 오히려 채권펀드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실 거품은 거품이다. 거품의 증거는 첫째, 모든 자산가격이 동시에 상승한다는 점, 둘째, 투자자들이 아무 고민없이, 그리고 공부하지 않고 지수형 상품을 산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을 뉴 노멀(new normal)이라고 하고, 그 유동성을 아마존 같은 기업이 제공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이런 아마존 스타일의 성장에 의심이 생기며 증시에 이상한 기류가 생기고 있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대안은 첫째, 부작용이 이어지면 가시적인 결과를 관찰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증시를 떠나 있는 것도 괜찮다. 둘째, 지금처럼 거품이 시장을 지배할 때 상대적 가치만 부각된다. 절대적 가치는 어차피 알기 어렵다. 따라서 이럴 때일수록 남이 모방할 수 없는 핵심경쟁력을 지닌 기업, 그래서 상대적 가치가 더 부각될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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