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가격 거품을 억제하려는 규제가 구체화되며 시끄럽다. 사실 2017년을 시작하며 주택경기 급랭을 우려했었다. 그 이유는 분양물량이 늘어난다는 수급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인구 구조적으로 볼 때 주택 수요가 꺾인다는 부분 때문이었다.
미국의 퀀트 애널리스트인 해리 덴트(Harry Dent)가 “사람이 47세가 될 때 가장 큰 집을 원한다”고 지적한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자녀가 중고등학생이 되기 때문이며 바로 그 때가 주택경기의 정점이고, 결국 상투가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부머는 1970년생으로 보고 있다.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세대다. 이 분들의 나이가 올해 만으로 47세가 되었다. 그들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작은 집을 찾게 될 것이므로 그 만큼 주택수요가 감소하는 것이고, 특히 여생을 위해 유일한 자산인 주택을 팔 수 밖에 없을 것이므로 이로 인한 공급부담도 걱정거리였다.
그러나 강남 집값은 이런 예상과 달리 올랐다. 최근 규제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먼저 돈이 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은 부의 불균형이 심해 부자들의 부동(浮動)자금이 예상보다 많다. 자금시장은 완전히 상대적인 매력도에 의해 움직이는데 지금은 저성장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이 예뻐 보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분당에 있는 시가 3억원 상당의 오피스텔의 경우 월세가 100만원 정도면 연환산 수익률이 4%정도 나온다. 여기서 재산세, 감가상각비, 거래비용 등을 차감하면 순수익률은 3%밖에 안된다. 예전 같으면 관심 없는 수익률이지만 지금은 구미가 당기게 됐다.
주택가격이 오르는 다른 이유는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투자가 주택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다른 자산은 공부가 잘 안되어 있다. 또한 한국인들은 부동산 불패의 추억을 갖고 있다. 어차피 부동산에는 장기투자 하는데 오래 갖고 있다 보면 손해는 안 본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강남주택 가격과 달리 포항 집값은 떨어졌다. 즉 지방은 앞서 지적한 주택수요 감소의 타격을 받는 반면 강남은 돈이 몰리며 그 부정적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환금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강남은 늘 수요가 안정적이기 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한 안전자산이라고 여겨진다.
마치 포식자가 피식자를 공격할 때 무리 가장자리에 있는 개체가 취약한 것처럼 투자자들은 주택수요 감소의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수요가 안정적인 도심 속으로 더욱 들어 가려는 움직임이다. 정부가 규제하더라도 이런 추세를 바꿀 수는 없다. 2005년 당시처럼 말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한국의 산업구조가 바뀔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추세에 따라 인구가 이동할 것이다. 기존 구경제 지역은 변화를 두려워한다. 결국 인구를 뺏기게 될 것이다. 반면 최근 신경제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기획되는 도시로는 인구가 계속 유입될 것이다. 이런 추세가 구조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진행될 것이므로 놓치면 안된다.
사실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것이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소멸되었다는 의미 아닌가.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그 동안 주택가격을 올린 부분이 있었다. 즉 전세가 아니면 선택은 월세 또는 자택구입인데 한국인에게 월세가 좀 생소하다보니 실수요자의 자택구입 수요가 늘었던 것이다. 또 이제는 은퇴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많아지다보니 집을 좀 예쁘게 리모델을 하고 싶은데 남의 집에는 어렵지 않은가?
그러나 이런 과정이 끝난 후에는 뭐가 남을까? 분명한 것은 인구구조상 주택수요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이런 추세는 분명히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주택도 다른 자산처럼 유동성 가치 측면에서 투자하더라도 확실한 차별성이 있는 곳, 즉 도심, 또는 신경제로 인해 인구가 유입되는 지역으로 선별 투자하기 바란다.